최소 자기자본 3조 대형 투자은행 자격싸고 대-중소형 증권사 모두 떨떠름

입력 2011-07-28 00:06


26일 발표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대형 투자은행(IB)의 자격으로 결정된 최소 자기자본 3조원에 대해 대형·중소형 증권사 모두가 달갑지 않아하는 분위기다. 프라임브로커리지(전담중개) 업무 허용 범위를 둘러싼 시각 차이 때문이다. 프라임브로커는 헤지펀드에 대한 주식과 자금 지원, 헤지펀드 재산의 보관·관리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연계·제공하는 업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수혜를 일부 대형사만 입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IB 자격이 3조원으로 결정되면서 세계적 추세의 대안투자 방법이라는 헤지펀드나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대형사가 결국 독식하고, 중소형사는 계속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프라임브로커 전담팀을 만들고 해외 사례를 연구하는 등 새로운 수익 창출 방법으로 프라임브로커를 점찍었던 중소형사들은 자금 마련의 벽에 부닥쳐 더욱 허탈해하고 있다.

중소형사는 일단 자기자본 3조원에 미달하더라도 가능한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선별,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헤지펀드 대상 자금 지원, 헤지펀드 재산 관리 등의 업무는 제한됐지만 대차거래 중개·주식스와프(Equity Swap) 거래 등 업무는 아직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추후 시행령이 발표돼 프라임브로커 관련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IB 이외 증권사들의 업무 상으로도 가능한 일들이 나올 것”이라면서 “부분적인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수행하며 점차 역량을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일부 프라임브로커 업무가 가능해진다 해도 투자자들이 과연 맡겨줄지 의문”이라며 “일부는 되고 일부는 안 되는 프라임브로커가 과연 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형사들도 다른 방향에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연내 출범할 헤지펀드에 대해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하려면 그 전까지 3조원 규모를 맞추거나 그럴 계획이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이익금 유보나 증자 등 계획을 서둘러야 하는데 여러 전망이 아직 모호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프라임브로커 업무 규정이 확실하게 되지 않아 자본 확충을 고려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27일 권혁세 금감원장이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제대로 할 규모를 갖추려면 대형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는 등 단계적으로 자기자본 기준을 5조원, 10조원 등으로 높여갈 계획이라는 점도 불안한 부분이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이 기준을 맞춰가면서 IB 자격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보다 확실한 ‘당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프라임브로커 기능 오남용 등에 대한 IB 감독이 철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IB를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는 맞더라도 자기자본 규제 등을 한꺼번에 풀어줄 때는 잠재적 위험요소들을 충분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IB들이 무리하게 부채를 끌어들여 영업할 가능성 등에 대한 감독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