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폴트 시한 8월 2일 아닌 15일

입력 2011-07-27 21:24

미국 정계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실패해도 미국이 다음 달 2일 곧바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금융전문가들은 2일 대신 15일을 디폴트가 시작되는 날로 보고 있다. 미 정부가 현금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 8월 중순까지 채무는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15일 채무이자 300억 달러를 포함한 410억 달러(약 43조원)를 갚아야 한다. 미 정계가 이때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진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사실 2일은 미 재무부가 정한 협상 시한일 뿐, 재무부는 정확히 언제부터 채무 상환에 필요한 현금이 고갈되는지 밝힌 적이 없다.

백악관과 행정부도 겉으로는 상황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장막 뒤에선 ‘디폴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다. 미 폭스뉴스에 따르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리들은 은행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2일까지 부채한도가 증액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디폴트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백악관과 공화당의 줄다리기는 정치적 성격이 더 크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 유권자 표심잡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협상 합의를 촉구하는 대국민연설에서 중산층을 세 차례나 언급했다. 베이너도 이에 질세라 오바마의 금융정책이 중산층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WP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여섯 차례 선거에서 중산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측이 승리했다.

디폴트 위험이 다소 평가 절하되는 분위기지만 미국은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금융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다. 로이터통신 설문조사에서 경제전문가 53명 중 30명(56.6%)은 미국이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적어도 1곳에서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현 등급은 최고 수준인 AAA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