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 사고 中 원저우市 참사 현장에 핀 온정… 자원봉사자 수백명 몰려
입력 2011-07-27 18:16
중국 국민들은 갑자기 당한 고속철 참사에 충격을 받았지만 한편으론 뜨거운 온정에 큰 감동을 느끼고 있다.
몰려드는 자원봉사자를 더 이상 받을 수 없어 정중히 거절하느라 힘든 병원, 사고 당시 현장에서 8명을 구한 뒤 홀연히 사라진 남성, 사고 현장 일꾼들에게 국물을 끓여 갖다 준 사람들….
원저우(溫州)시에서는 자원봉사자 수천명이 갖가지 경로를 통해 봉사에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원저우 반딧불 자원봉사단은 규모가 가장 큰 민간구조 조직. “당신이 자가용이 있어 부상자와 유가족을 병원으로 태워주기를 원하시면 저희 자가용단으로 모여주세요.” 반딧불 봉사단은 사고가 알려지자 곧 봉사자 모집에 나섰다.
이 봉사단이 초기 이틀 동안 태워 준 부상자와 유가족이 100여명에 달한다. 많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부상자가 구출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후송한 상황을 감안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 봉사단은 25일부터 원저우 제23중학교에 모여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원저우시 제3인민병원에서는 “봉사자들은 이제 더 이상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설득하기에 바쁘다. 이 병원에서 27일 현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지원자는 700명에 달한다. 사고 발생 초기에는 몰려드는 부상자가 너무 많아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한 지역 언론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이 사실을 알리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원저우의 한 남성은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참사 소식을 듣고 곧장 자신의 자가용을 몰고 현장으로 갔다. 아직 구급차조차 도착하기 전이었다. 그는 차례로 모두 8명을 병원으로 옮긴 뒤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떠났다. 이 남성은 약혼녀를 구해 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쓴 다른 남성에 의해 선행이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가슴 아픈 사연도 있다. 저장성 사오싱(紹興) 출신인 양펑(楊峰)이라는 남성은 이번 사고로 아내, 장모, 처제, 조카딸 등 혈육 5명을 잃었다. 이에 자연스레 유족 대표를 맡게 됐으나 철도부 관계자를 만난 뒤 대표직을 내놓았다. 주변에서는 양펑이 압력을 받았던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