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테러] “제2 브레이비크 나올라” 유럽 초비상

입력 2011-07-27 18:16

노르웨이 연쇄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사건 당일인 지난 22일 오후 2시9분(현지시간)에 자신의 테러 계획 등을 담은 1518쪽짜리 문건 ‘2083: 유럽 독립선언서’를 유럽 및 미국에 거주하는 극우주의자 1003명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슬로 폭탄테러 발생 1시간17분 전이다. 이메일 발송은 브레이비크가 극우주의자들과 실제 교류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유럽 각국이 ‘제2의 브레이비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영국과 벨기에=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이하 현지시간) 메일 수신자 중 가장 많은 수인 250명이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극우주의자의 영국 거주 비율이 높다는 방증이다.

브레이비크는 문건에서도 영국 극우단체와의 교류를 강조했다. 그는 “600명의 영국수호동맹(EDL) 회원들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있으며, 10명 이상의 지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기록했다.

EDL 측은 브레이비크와의 교류는 부인했으나, 생각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스티븐 레논 EDL 지도자는 “우리는 이슬람의 위협에 분개하고 있으며, 이번 테러는 그런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27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최를 정확히 1년 앞둔 영국 입장에서는 이슬람권뿐 아니라 극우주의자들의 테러를 대비하는 데도 비상이 걸린 셈이다.

브레이비크는 문건에서 벨기에 역시 극우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벨기에 인구의 9∼12%가 무슬림”이라면서 “원자력발전소와 정유시설 등을 공격 가능한 목표물로 보고 있다”고 썼다. 또 벨기에 사람들 중에 자신과 같은 템플 기사단 창립 멤버가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 대테러 정보기관인 OCAD의 앙드레 반 도렌 국장은 “이 문서를 철저하게 분석 중이며 수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중앙역에서 27일 폭발물로 의심되는 옷가방이 발견돼 역사 일부가 폐쇄되고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EU, 극단주의 대처 방안 논의=유럽연합(EU)은 오는 9월 열리는 EU 내무장관회의에 비(非)회원국인 노르웨이 당국자들을 초청, 극단주의에 대처 방안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셸 세르콘 집행위 대변인은 “급진 이슬람 세력, 외국인 혐오세력 등 모든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EU는 내무장관회의와 별도로 ‘급진주의 포착 네트워크(RAN)’를 출범하고, 폭탄으로 전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 규제 강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RAN은 27개 회원국 사법기관 관계자 및 사회 문제 연구자 등이 모여 급진주의 움직임에 대항할 방안을 논의하는 상설 네트워크다.

총기 보급률이 높은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총기 규제 법안을 검토 중이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