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폭탄’에 안이한 대응이 피해키웠다
입력 2011-07-27 18:14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이틀 동안 시간당 최고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적지 않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서초구 우면산 인근 형촌마을에선 산사태로 대기업 회장 부인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강남역과 사당역에는 갑자기 물이 많이 차는 바람에 시민들이 엄청난 교통대란을 겪었다. 한 시간에 30㎜ 이상이나 하루에 80㎜ 이상의 비가 내릴 때, 또는 연강수량의 10%가량의 비가 하루에 내리는 것을 집중호우라고 한다.
문제는 최근의 집중호우는 기상청도 정확히 예보하기 어려워 방비를 세울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집중호우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강한 남서풍을 타고 유입된 습한 공기가 대기에 자리잡은 건조한 공기에 부딪치면서 발생한다. 국내에서 관측된 1시간 동안의 최다 강수량은 1988년 7월 31일에 기록된 전남 순천의 145㎜이지만 언제 바뀔지 모를 정도로 최근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 영향 등으로 우리나라가 점점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예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한다.
기상청의 예보를 훌쩍 뛰어넘어 수도권에 물폭탄이 쏟아지자 기상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기상청은 매번 예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중계를 한다는 비판과 함께 아직도 기상청을 믿느냐는 말도 나온다. 기상청도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날씨도 예전처럼 정형화된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긴 장마 뒤의 폭염, 삼한사온 등은 이제 한반도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다. 특히 최근의 집중호우나 지형성 강우는 첨단 기계로도 예측이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당국도 과거의 기계적인 습관을 벗어던지고 비상한 방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기록적인 강수량이 속출하는 등 변화무쌍한 이상기후에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대응하는 것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키우게 된다. 더욱 철저한 수방 대책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