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토사 쓰나미’… 순식간에 아파트까지 덮쳐 쑥대밭
입력 2011-07-27 21:10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모저모
서울 우면산 산사태로 방배동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27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우면산에서는 크게 세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우면산 서쪽 기슭에 있는 남태령 전원마을의 피해가 가장 컸다.
고급주택이 밀집해 있는 남태령 전원마을은 오전 8시50분쯤 느닷없이 밀려든 토사에 주택 20여채가 매몰됐고, 사망자는 오후 7시 현재 6명으로 집계됐다. 전원마을 관리인은 “산사태 당시 큰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 흙더미가 마을 입구까지 덮쳤다”고 말했다. 전원마을에서는 인근 수도방위사령부 장병 100명이 투입돼 쌓인 흙을 걷어내는 작업을 벌였다. 주민 박모(55)씨는 “밖이 시끄러워 나가 보니 토사가 대문 앞까지 밀려들어 급히 집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추가 사망자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경찰과 함께 수색을 하고 있다. 또 비가 더 올 경우에 대비, 산에서 쏟아지는 물이 원활하게 빠질 수 있도록 배수로 작업을 진행했다.
우면산 북쪽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의 피해도 상당했다. 신동아렉스빌아파트 단지는 오전 9시30분쯤 토사가 덮쳐 6명이 사망했다. 인근 래미안아트빌아파트도 비슷한 시간대에 1명이 숨졌다. 우면산 북서쪽에 위치한 보덕사와 양재동 면허시험장 뒷산에서도 각각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우면산 남동쪽에 위치한 형촌마을에서는 오전에 불어난 급류로 인해 120가구 중 60가구가 고립돼 구조 작업이 펼쳐졌다. 마을 곳곳에는 급류에 휩쓸려 내려온 체어맨 등 고급 승용차들이 찌그러져 나뒹굴었다. 이곳에서의 사망자는 1명으로 집계됐다. 이 마을과 인접한 우면산 생태공원에 조성된 저수지가 일부 범람해 소방 당국이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다.
우면산터널 요금소에는 토사가 쏟아져 오전 10시부터 통행이 완전히 차단됐다. 관계 당국이 오후 2시쯤 토사를 일부 걷어낸 뒤에도 일부 구간만 정상화돼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우면산 일대 주민 410여명은 추가 산사태를 우려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우면산 산사태로 인근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는 오전에만 환자 27명이 갑자기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이 병원은 재난 상황을 알리는 ‘코드블랙’을 발령하고 긴급의료체제로 전환했다.
EBS도 산사태로 피해를 입었다. EBS에 따르면 우면동 방송센터의 두 동 가운데 한 동의 기계실이 물에 잠겨 전원이 차단됐다. 다른 한 동의 스튜디오와 세트 일부에는 토사가 유입돼 제작에 차질을 빚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으며 추가 산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