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왜 비 많이 오나… 정체된 기압골·대기불안정 ‘공범’
입력 2011-07-27 14:35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이틀간 쉴 새 없이 비가 쏟아졌다. 26~27일 중부지방에 머문 비구름은 2000년대 들어 최악의 폭우로 기록됐던 지난해 추석보다 더 많은 비를 뿌렸다.
이틀간 서울지역 강수량은 27일 오후 10시 현재 458㎜다. 7월 중 이틀 연속 강수량으로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가장 많다. 두 번째는 390.6㎜가 내린 1940년 7월 10~11일이었다.
이번 비는 지난해 9월 20~21일 서울 광화문 등 시내 곳곳을 침수시킨 ‘추석 물폭탄’ 당시 서울지역 강수량인 285㎜보다 170㎜ 정도 많다. 지난 17일까지 이어진 올해 장마기간 중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지난달 29~30일의 이틀 최대 강수량 223㎜를 훌쩍 넘었다.
서울 관악구에 내린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100년 빈도의 기록적인 강수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8시41분부터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1시간 동안 113㎜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1937년 7월 30일 서울지역에 146.9㎜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기록됐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이번 집중호우가 중부지방에 걸쳐 형성된 기압골이 정체된 데다 불안정한 대기가 맞물려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걸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서해로부터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이 결과 고온다습해진 공기가 대기 중하층의 건조한 공기와 만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비구름대가 강약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전선이 형성돼 장시간 비가 내리는 장마와는 조금 다른 형태다.
특히 불안정한 기압골은 사할린 부근의 저지고기압에 눌려 흐름이 정체되면서 이동하지 못하고 서울과 경기북부지방에 계속 비를 뿌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계반대방향으로 순환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은 비유하자면 기름덩어리인데, 여기에 건조한 공기가 불씨처럼 중부지방의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계속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부산·경남남해안 지방에 내린 비는 대기불안정에 의한 국지성 소나기로 중부지방의 집중호우와는 다른 형태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