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46명 투숙한 2층 펜션, 토사에 20m 밀려나 산산조각
입력 2011-07-27 21:08
춘천 산사태 사고순간·현장 스케치
강원도 춘천시 신북면 천전리 마적산(일명 떡갈봉) 끝자락 아래 춘천펜션 인근에서 26일 밤 11시쯤부터 1시간여 사이 잇따른 두 차례의 산사태로 펜션, 민박집 등 5가구가 토사에 매몰됐다. 이로 인해 과학체험 봉사활동을 와 투숙해 있던 인하대생 등 13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상황 및 현장=사고 당시 펜션에 있던 대학생 이모(27)씨는 “낮에 봉사활동을 하고 펜션 2층에서 잠자던 중 ‘쿵’하는 굉음에 놀라 눈을 떠보니 계단이 모두 흙에 잠겨 공포에 떨며 갇혀 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말했다.
26, 27일 이틀간 262㎜가 넘는 집중폭우로 인한 산사태 현장은 처참했다. 2층 규모의 펜션은 마적산 기슭에서 흘러내린 토사에 파묻혀 20m가량 밀려나 산산조각이 났다. 또 토사로 뒤엉킨 펜션 주위에는 가구와 주방용품, 가재도구 등이 산에서 떠밀려온 진흙더미와 나뭇가지에 뒤엉켜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옆 건물 주인 김남훈(65)씨는 “건물은 도로 지으면 되지만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며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밝게 웃던 아이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 흰색 조립식 건물도 지붕이 내려앉고 창문은 곳곳이 깨져 있었다. 건물 옆 흰색 승용차는 외벽에 깔려 있었다. 한 음식점은 형태도 남아 있지 않고 사라진 채 나무와 흙더미에 떠밀려 도로까지 쓸려내려갔다.
◇구조 및 원인=강원지방경찰청과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11시쯤 1차 산사태에 이어 27일 0시8분쯤 2차 산사태가 발생했다. 흙더미는 46명이 투숙했던 2층 규모의 펜션을 덮쳤다.
사고가 나자 750명의 구조대는 굴착기, 덤프트럭 등 중장비 40여대를 동원해 인하대생들이 묵었던 펜션 인근에서 밤새워 매몰자 구조 작업을 펼쳤다. 인근 주민 90여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들은 강원대병원 등 4개 병원에 분산 수용됐다.
사고 현장을 찾은 김수동(74·춘천시 우두동)씨는 “해발 200여m 되는 떡갈봉에는 군부대 벙커와 방공호가 있다”면서 “아마 그곳들에 물이 찼다가 한꺼번에 펜션 쪽으로 쓸려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춘천=이종구 이용상 기자 jglee@kmib.co.kr
◇춘천 산사태 사망자=△이경철(20)△김유라(20·여)△이은영(39·여)△최용구(21)△김유신(20·이상 춘천성심병원)△이정희(25)△이민성(25)△최민하(19·여)△김재현(26)△성명준(20)△신슬기(22·여)△김상수(42)△박진영(43·여·이상 강원대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