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오빠 생일선물도 챙겨주지 못했는데…”

입력 2011-07-27 23:55

“엄마가 왔는데 왜 그러고 있니….”

27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강원대병원 장례식장. 아들 이민성(26)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한 어머니 김미숙(50)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김씨는 “가지 말라는 소리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며 아들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발갛게 달아오른 김씨의 눈에서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참변을 당한 인하대 학생 10명 중 6명의 시신이 안치된 강원대병원 장례식장은 유가족 40여명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다른 4명의 시신은 인근 한림대부속 춘천성심병원에 안치됐다.

황급히 마련된 장례식장에는 조화도, 영정도 없었다. 유가족들은 30㎡ 남짓한 장례식장에서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장례식장 가운데 놓인 탁자에는 세상을 떠난 학생들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A4 용지 2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오후 8시30분쯤 강원대병원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유족들은 한목소리로 “흙탕물을 뒤집어쓴 채 씻지도 못하고 누워 있는 아이들 시신을 씻겨 달라”며 성토했다. 이에 최 지사는 “날이 밝자마자 전문가들을 동원해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뒤늦게 조카 김유신(20)씨 사망 소식을 접한 김현수(55)씨는 장례식장에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 김씨는 “죽어도 이렇게 죽는 것은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숨진 오빠 이정희(25)씨와 같은 대학에 진학한 이선화(23·여)씨도 장례식장 한쪽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이씨는 “오빠가 돌아오면 생일선물을 같이 사려고 했다”며 “15일이 오빠 생일이었는데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교에서 오빠를 보면 늘 위로가 됐었는데 이제 그러지도 못한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한편 부상한 학생 25명은 강원대병원, 춘천성심병원, 춘천 인성병원 등에서 치료받고 있다.

춘천=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