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발명 동아리 봉사활동 나섰다가 참변… 사고당한 인하대 학생들
입력 2011-07-27 21:09
“연초부터 계획된 일이라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습니다.”
강원도 춘천시 춘천인성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는 인하대 발명동아리 ‘아이디어뱅크’ 회장 정진아(20·여·신소재공학과2)씨는 사고 발생 14시간이 지난 27일 오후 2시20분쯤에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씨는 인천에서 달려온 인하대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정씨는 “학교가 있는 인천으로 가야 할지는 학교와 부보님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발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학과와 상관없이 모인 ‘아이디어뱅크’는 회원이 80명 규모다. 이번 매몰 사고가 난 현장에는 35명이 참가했다. 사망자 중에는 이민성(섬유신소재공항과4)씨가 졸업을 앞두고 가장 열성적으로 이번 봉사활동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1학년생들이 사망자 중 6명이나 차지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학생들은 3박4일간의 자원봉사활동 일정으로 지난 25일부터 사고 현장의 펜션에서 숙식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들은 지도교수 없이 춘천 상천초등학교 어린이 40여명을 대상으로 물로켓 만들기, 손가락 화석 만들기, 구슬 만들기, 천연염색하기 등 한 학기 동안 직접 준비한 실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인하대는 학생들의 매몰 및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이른 새벽부터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이본수 총장이 오전 일찍 출근해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한 데 이어 오전 7시쯤 아이디어뱅크 지도교수 김은기(생명공학과) 교수 등 4명이 서둘러 사고 현장으로 떠났다.
이 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부모 심정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학교 홈페이지에 “사랑하는 자녀들을 잃은 충격 속에 계신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 총장은 대책회의 주재 직후 시신들이 안치된 춘천 강원대병원으로 가 유족들과 장례 절차에 대해 협의했다. 숨진 학생 10명에 대해선 학교장으로 엄수하기로 했고, 오후 6시쯤 인하대 본관 1층 로비에 분향소가 차려져 송영길 인천시장이 조문하는 등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춘천=진삼열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