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⑦ 민병덕 KB국민은행장] “재개발 수준으로 개혁 단행… 생동감 넘치는 조직됐다”
입력 2011-07-26 21:55
1년 전인 지난해 7월 29일 취임 당시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회사 실적은 암울했다. 지난해 2분기 당기순손실 3468억원, 연체율은 0.95%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았다. 1년 후인 25일 서울 여의도 행장실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묻어났다.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5%나 증가한 7405억원이었다. 그는 앞으로 영업 능력을 극대화하고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고졸 출신 직원의 비중을 내년에 전체 10%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민 행장은 지난 1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직원 구조조정’으로 꼽았다. 민 행장은 “은행산업에는 적정 인원이 필요한데 국민은행은 다른 경쟁사보다 인원이 많았다”며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 희망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스템상 구조조정도 동시에 진행했다. 민 행장은 “국민은행의 시스템상 문제점을 다 들춰내는 등 재개발 수준으로 개혁을 단행했다”며 “결국 효율성이 뒷받침된 생동감 넘치는 조직으로 빠르게 탈바꿈했다. 수익성의 제고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행장은 하반기에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민 행장은 “직원들 업무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교육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다소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도매금융 및 외환 방면을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빗 뱅킹이나 자산관리 쪽 인력 양성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금융권의 고졸 직원 채용 붐에 대해 민 행장은 ‘시대적인 흐름’이라며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민 행장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대학에 다닌다.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은행창구 직원이나 사무직의 경우도 고졸 출신들이 충분히 업무를 할 수 있는 만큼 꼭 대학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취업이 되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고졸자 8명을 채용한 민 행장은 내년에 고졸 채용을 전체 채용 인원의 1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행장이 되기 전부터 영업의 달인으로 불렸다. 그만큼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히 여겨서다. 민 행장은 “영업 현장에 답이 있다. 본부에서 아무리 좋은 제도를 기획하고 좋은 상품을 내놓는다 해도 영업 현장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영업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이어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고객을 부자로 만드는 은행을 만들자. 고객의 자산을 내 자산같이 생각하고 책임감 갖고 소명의식으로 일하자’고 당부했고 이를 직원들도 명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계의 시한폭탄으로도 불리는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 그는 “800조라는 가계부채 절대 액수는 결코 작지 않지만 은행으로 국한했을 때는 크게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대출의 80%가 담보인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규제책이 잘 정비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가격이 반 토막 나지 않는 한 은행권 가계부채 상황은 통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민 행장은 “다만 제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나는 점과 대부업과 사채업에서 돈을 빌린 저신용자들의 가계상황이 우려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이슈로 부각된 신입행원 연봉 20% 삭감 조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2년 전 청년실업이 심각해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추진된 사안이지만 이 부분을 한 은행 단독으로 풀기는 어렵다. 금융권 노사가 협의하면서 해결을 위해 조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이끌 국민은행호에 대해 “내실을 다지면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탄탄한 체질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민은행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