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VIP 금리 우대·수수료 면제… 서민 ‘차별’ 손본다
입력 2011-07-26 22:52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수수료·금리 차별’에 메스를 들이댔다. 은행들이 우량고객(VIP)에게는 각종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면제하는 반면 서민들로부터 막대한 이득을 챙긴다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들로부터 VIP에 대한 면제 항목을 포함한 수수료 와 금리체계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은 예치금이 많거나 은행 수익 기여도가 높은 고객에게 사실상 마이너스 영업을 해왔다”면서 “이는 은행 거래를 오래 했지만 거액 예치금이 없는 대출고객이나 급여이체가 없는 자영업자, 노인층 등을 차별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은행들의 금리 산출 체계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따라 금리 체계 전반에 대해서도 실태를 점검키로 했다.
은행들은 VIP들에게 20여 가지의 수수료를 전면 면제해주는 데다 환전, 외화 송금 시 환율 우대 등 창구·전자금융·외환업무 전반에서 막대한 혜택을 주고 있다. 2009년 기준 5조571억원에 달하는 시중은행의 수수료 수익이 모두 VIP가 아닌 일반 고객들로부터 나온 셈이다.
VIP에게는 수수료 면제 외에도 개별 ‘네고(Negotiation·협상)’를 통해 예금·대출 금리도 혜택을 주고 있다. 은행들은 거액 자산가 또는 대기업이 예금이나 연금 예치 시 본점기준으로 사실상 0∼10bp(0.1%) 수준의 마진만을 남긴 고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연 금리로 환산할 경우 대략 연 0.3∼1% 포인트 수준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대출 시에도 조달금리에 업무원가율 정도만 반영한 ‘역(逆)마진’ 금리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실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은행과의 협의를 거쳐 시정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기여하는 VIP에 대한 우대를 금리·수수료 차별이라고 평가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