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국회’… 6094건 잠잔다

입력 2011-07-26 23:57


국민일보, 역대 발의·폐기 건수 분석해보니…

겨우 46%만 처리… 정부 법안 합치면 6451건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의 절반 이상이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의원들이 실제 처리할 능력과 의지도 없으면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더기로 법안을 발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말로는 ‘일하는 국회’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국회 본연의 의무조차 방기하고 있는 셈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법안 처리율=국민일보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토대로 역대 국회 의안 발의건수 및 폐기건수를 분석한 결과, 26일 기준으로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1만2871건에 달했다. 이 중 6451건이 상임위에 계류돼 있어 법안 처리율은 50%(의원 46%)에 그쳤다.

발의된 이후 본회의를 통과한 비율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15대 국회의 경우 1951건의 발의 법안 중 상임위나 본회의에 계류 됐다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된 건수가 390건에 불과해 처리율이 80%나 됐다. 그러나 법안 처리율은 16대와 17대 국회에 와서 각각 70%와 58%로 낮아졌다. 국회 관계자는 “15, 16대 국회에는 꼭 필요한 법안이 발의돼 처리율도 높았지만, 17∼18대에는 의원들의 생색 내기용이나 민원법안이 많이 제출됐다”면서 “상임위 차원에서도 이런 법안들은 그냥 쌓아뒀다 폐기하는 경우가 많아 처리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의원 발의=의원들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 수는 급증 추세다. 법안 발의는 의원 개개인과 정부가 할 수 있다. 15대 국회에서 1144건에 불과했던 의원 발의 법안은 17대 국회에서는 6388건, 18대 국회에서는 1만1383건을 기록했다.

반면 정부 제출 법안은 15대 국회에서 807건이었고, 16대 국회에는 오히려 595건으로 줄었다가 17대 국회에서 1102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 기간 정부 입법안 처리율도 81∼95%를 기록해 같은 기간 의원 입법안 처리율(54∼69%)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시민단체나 당 공천 등에서 의정활동 평가 기준으로 법안발의 건수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의원들이 보좌진에게 법안 제출을 독려하는 분위기”라며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각종 선심성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계류법안 처리도 진통=여야는 주요 법안 통과 여부를 놓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위에는 반값등록금 관련 법안들이 무더기로 계류돼 있다. 북한인권법은 법사위의 ‘뜨거운 감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당 정체성과 결부된 법안이라 타협이 쉽지 않다. 국토해양위에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대기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방송법 개정안, 국방위의 국방개혁 관련 5개 법안도 여야 간 시각차가 크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8월 임시국회에서 계류 법안을 최대한 처리하자”고 요구했지만, 민주당 측은 여당이 쟁점 법안에서 먼저 양보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노용택 김원철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