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상반기 한국판 ‘골드만삭스’ 나온다
입력 2011-07-26 18:36
미국의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IB)이 내년 상반기 국내에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들 IB는 올해 말부터 헤지펀드를 설립할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섀도 보팅(Shadow Voting·중립적 의결권 행사) 제도가 폐지되는 등 소액주주 권한이 강화된다.
◇IB 육성=금융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공개하고 다음 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IB 육성이다. 자기자본금 3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라는 명칭으로 IB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IB는 인수·합병(M&A)과 신생기업 발굴 등 과정에서 기업 대출과 주식 매매를 직접 할 수 있다. 고수익 투자자본 ‘헤지펀드’ 설립 및 지원 업무를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프라임 브로커’ 업무도 맡는다.
금융위는 IB에 기존 증권사들이 적용받던 영업용순자본규제(NCR)를 낮추거나 기업 여신에 대해 은행과 동일한 ‘바젤’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본격적인 법 시행 전에도 자본 규모를 맞추면 연내에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향후 증권계에는 철저한 ‘규모의 경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자본 규모를 키워 IB가 돼야만 새로운 고수익 사업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대우·현대·우리투자·한국투자 등 상위 5개사의 자기자본 평균은 2조7000억원 정도로 3조원에 육박한다. 이들은 “당기순이익을 유보하는 등 방법으로 자산 기준을 맞추겠다”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한 중견 증권사 임원은 “시장 선점이 중요한데 상위사들은 내부 유보만으로 즉각 자격을 얻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합병과 인수에 나서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당장 반응이 나타났다. 삼성·대우·현대·우리투자 등 주가가 일제히 상승한 반면 자기자본 규모가 1조9000억원대인 미래에셋증권은 급락했다.
◇주주 권리 강화=주주총회 정족수를 한국예탁결제원에 맡겨진 주식으로 채우도록 하는 섀도보팅 제도가 2015년까지 폐지된다. 이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아 소수 경영진 및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주주총회를 형식적으로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으로는 펀드가 투자한 주식에 대해서도 운용사가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금융위는 “이미 일부에 도입된 전자투표제가 자연히 확산돼 2015년까지는 정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기업이 주주배정 후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실권이 발생했을 때 저가로 제3자, 특정 대주주에 임의 배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저가 발행에 신주인수권증서 발행을 의무화한 것, 과도한 호가관여행위(스캘핑)와 2차 정보수령자 정보 이용 등도 불공정거래로 제재키로 한 것 등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다.
◇ATS 도입 등 자본시장 활성화=이번 개정안은 대체거래시스템(ATS) 및 거래소 허가제 도입을 담고 있다. 기존 한국거래소(KRX) 독점 체제로는 국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자본금 500억원 이상이면 운용 가능한 ATS는 주식 매매 기능이 거래소와 동일하다. 다만 상장폐지, 시장 감시 가능은 없으며 일정 거래량을 초과하면 의무적으로 거래소로 전환해야 한다.
금융위는 “미국 유럽 등 사례로 볼 때 ATS 체계가 정착되면 서비스 개선과 매매 수수료 인하 등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상장기업에 조건부자본증권과 독립워런트 발행을 허용해 주고, 사모투자펀드(PEF)에도 CB와 BW 투자를 허용하는 등 주식과 채권의 중간인 ‘메자닌 금융’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중소 및 중견 상장기업들이 담보 없이도 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