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하면 나라 망한다” 反다문화 갈수록 노골화
입력 2011-07-26 18:37
인권위 진정으로 본 외국인 차별 실태
인종이나 출신국, 피부색, 종교 때문에 차별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사례가 최근 5년 사이 2배 늘었다. 인터넷에는 인종차별 발언이 횡행하고 반(反)다문화주의 세력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거주자가 늘고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불거진 현상이다. 갈등이 커지면 노르웨이 테러와 같은 다문화 혐오 폭력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
2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26만5006명으로 국내 인구의 2.5%를 차지했다. 부모 모두 외국인이거나 한쪽이 외국인인 만6세 이하 아동은 9만3537명으로 같은 연령대 인구의 2.9%에 달했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동남아 등 외국 출신자에 대한 차별과 갈등 사례가 늘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종, 출신국, 종교 등 다문화적 요소를 이유로 차별받았다며 제기된 진정은 2005년 32건에서 지난해 64건으로 증가했다. 인도에서 온 보노짓 후세인(29)씨는 2009년 7월 버스 안에서 승객 박모씨로부터 “냄새난다”는 말을 들었고, 동행하던 한국인 여성까지 모욕을 당했다. 후세인씨는 박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서에서도 반말을 듣는 등 차별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가 지난해 10월 포털 사이트 게시판 등을 관찰한 결과 ‘국제결혼을 하면 혼혈 인구가 늘어 나라가 붕괴된다’는 식으로 순혈주의를 부추기거나 중동 사람을 테러와 연결지어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킨 글이 많이 발견됐다. “외국인이 지적장애 한국 여성을 골라 성폭행하고 강제결혼한 뒤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 이게 다 인종청소주의자들이 없어서 그렇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인터넷상의 외국인 혐오는 심해지는 추세다. 한 다문화주의 반대 카페에는 “노르웨이에서 저런 일이 일어났다면 한국에선 핵폭탄 테러가 벌어져야 정상”이라는 극언이 게재됐다. 카페 회원들은 법무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다문화 정책을 폐기하고 외국인 범죄자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민원까지 제기하고 있다. 다른 카페 운영자는 “왜 후진국 막노동꾼을 불러들이고 가난한 서민을 희생시켜가면서 다문화를 하느냐”며 실업 문제 원인을 이주노동자 탓으로 돌렸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외국인 혐오증은 경제가 어려울 때 발생한다”며 “반다문화주의가 생겨나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난 타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는 “외국인이 늘고 경제가 더 나빠지면 반다문화주의가 사회현상으로 부각될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우리 정책이 다문화 사회에 잘 대비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