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계 “원유값 안올리면 납품 중단”… 우유 대란 오나
입력 2011-07-26 22:38
최근 원유 생산량이 예년보다 15% 이상 감소하면서 우유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구제역 여파, 사료값 인상, 폭염 등 3중고에 시달리는 낙농업계는 원유값을 올리지 않으면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나서 올 가을 우유 대란이 우려된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26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전국 낙농육우인 총 궐기대회’를 열고 원유가 인상과 낙농 회생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협회는 “2008년 이후 목장 원유 기본가격이 ℓ당 704원으로 3년간 동결됐으나 이상 기후로 우유 생산량은 10% 이상 감소하고 사료값 등 경비는 폭등했다”며 “원유가를 ℓ당 173원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유가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납품 거부 투쟁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협회에 따르면 낙농가가 우유 1ℓ를 유업체에 납품하고 실제로 받는 돈은 790원대 후반이다. 우유 속 지방, 세균 수, 체세포 수치 등을 측정해 최상 품질로 인정받았을 경우 830원까지 받는다. 원유를 사들인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은 제조가공비, 인건비 등을 더해 1ℓ 우유를 225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우유업체들이 원유가보다 세 배 가까이 비싸게 팔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안성에서 젖소 30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재웅(63)씨는 “사료값, 낙농자재, 인건비는 줄줄이 오르는데 원유 팔아서 받는 돈은 3년째 그대로”라며 “지난해보다 원유 생산량이 20%가량 줄어 생활하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포천에서 젖소 70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명석(52)씨는 “새벽 3∼4시에 일어나 젖을 짜고 풀 먹이는 고된 노동인데 손에 쥐는 돈은 작년보다 30∼40% 줄었다”며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데 왜 원유값만 제자리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협회는 지난해에만 500개가 넘는 낙농가가 폐업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매년 여름에는 계절적 요인 때문에 우유 생산량이 10%가량 줄어든다. 하지만 올해는 구제역 때문에 젖소가 살처분돼 생산량이 15% 이상 감소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최근 장마와 폭염도 영향을 미쳤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보통 여름에는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가을쯤 다시 정상수준으로 돌아온다”며 “올해는 구제역 여파와 이상 기후 때문에 예년에 비해 생산량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주요 유업체의 우유 생산량이 15%가량 줄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선 오후가 되면 우유 판매대가 텅 비어 있기 일쑤다. 초등학교가 개학하는 9월이 되면 우유 부족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업계는 ℓ당 41원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값이 오르면 우유 판매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