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짐승’ 주연 정석원 “대역·와이어 없이 온몸으로 연기했죠”
입력 2011-07-26 17:38
“아직은 부족한 게 많아요. ‘백지영의 남자 정석원’도 괜찮지만 더 열심히 해서 ‘정석원의 여자 백지영’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하고 싶어요.”
28일 개봉하는 액션·스릴러 영화 ‘짐승’의 주연배우 정석원(26)은 ‘백지영의 남자 정석원’이라고 불리는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2008년 단역으로 데뷔한 뒤 ‘찬란한 유산’ ‘닥터챔프’ ‘마이더스’ 등의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렸지만 최근 아홉 살 연상의 가수 백지영의 연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짐승’은 해병대 특수수색대 소위 태훈(정석원)이 포르노 인터넷방송 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직폭력배에게 끌려간 여동생 보라를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009년 겨울에 촬영해 2010년 초 완성된 영화지만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다 정석원의 인지도 상승에 힘입어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정석원은 방송과 영화를 넘나들며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대주이지만 이 영화는 그의 신인 시절 풋풋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정석원은 “연기가 뭔지도 잘 모를 때 덜컥 주인공을 맡게 된 작품”이라며 “최근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고는 (어설픈 연기가)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예인 황유식 감독이 연출한 ‘짐승’은 동작이 크고 화려한 액션 영화들과 달리 과장되지 않은 리얼 액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이다. 하지만 정석원은 “대역을 전혀 쓰지 않고, (몸을 받쳐줄) 와이어도 없이 순도 100%의 진짜 액션 연기를 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도 큰 욕심은 없다고 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은 개런티를 받았지만 모두 열심히 했어요. 투자금액도 얼마인지 알면 깜짝 놀랄 정도의 저예산 영화예요.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 묻히지 않고 태어날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합니다.”
정석원은 ‘훈남’ 외모에 말투까지 조용조용하지만 속에는 액션 배우의 끼가 다분하다. 인천전문대 무도과 출신으로 유도, 합기도, 태권도 등 각종 무도 단수를 합치면 9단이나 된다. 무술감독을 꿈꾸다 경력에 보탬이 될까 해서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전역한 후엔 스턴트맨의 길을 걸었다. 영화 ‘짐승’에서 태훈이 착용한 군복은 그가 해병대 특수수색대에서 근무할 때 입었던 것과 같은 복장이다. 그는 어찌하다 보니 배우의 길로 들어섰지만 무술감독이 되겠다는 꿈은 여전하다고 했다.
“연기 영역에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지만 저만의 액션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정무문:100대 1의 전설’에서 주인공과 무술감독으로 깊은 인상을 준 전쯔단(견자단) 같은 액션 스타가 되고 싶습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