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노르웨이의 ‘절규’
입력 2011-07-26 17:59
스칸디나비아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세 나라가 묶인 반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5개 나라다. 대륙에서 고드름처럼 삐져나와 이웃이 된 덴마크, 반도에서 떨어져나간 아이슬란드가 포함된다. 이들 나라는 모두 바이킹의 후예라는 역사를 공유하며 한 묶음의 경제 블록을 이룬다.
북유럽의 매력을 ‘ICE’로 압축한 작가도 있다. Intelligence, Creativity, Elegance의 머리글자다. 추위와 싸우며 얻은 지혜, 참신한 디자인을 만들어낸 창의력, 예술을 사랑하는 기품을 상징한다. 격정보다는 냉정을 중시하는 국가 분위기를 나타내기도 한다.
북유럽이라는 이름 아래 오순도순 살아가는 나라지만 대륙국가와의 친소관계는 조금씩 다르다. 지리적 영향이 크다. 스웨덴은 독일, 덴마크는 네덜란드, 핀란드는 러시아,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영국과 가깝다. 더러는 따로 놀며 경쟁하기도 한다. 항공사 ‘SAS’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의 합작인 반면 핀 에어는 핀란드 국영이다.
테러가 발생한 노르웨이는 인구 500만명에 못 미치는 나라지만 자존심이 강하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고 유로화도 쓰지 않는다. 나무의 나라이면서도 크고 작은 호수가 16만개에 이르는 물의 나라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이 캠프를 하던 튀리피오르덴호를 보니 거울처럼 맑더라.
문화유산 또한 풍부하다. 극작가 입센, 음악가 그리그, 화가 뭉크, 조각가 비겔란이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 예술가다. 수도 오슬로에는 입센의 이름을 딴 극장이 있고, 제2의 도시 베르겐에는 늘 그리그의 음악이 흐른다. 비겔란의 작품만으로 채운 조각공원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에드바르 뭉크다. 그의 대표작 ‘절규’ 4부작이 전시된 뭉크미술관은 늘 붐빈다. ‘절규’ 앞에서 관람객들이 오랫동안 머무는 것은 두려움과 공포의 느낌을 이토록 절절하게 표현한 작품은 없기 때문이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잃고, 누이동생은 정신분열증을 앓았으며, 권총 사고로 자신 또한 손가락을 잃은 작가의 불행한 이력과 무관치 않다.
한꺼번에 76명의 생명을 앗아간 베링 브레이비크의 범행에 노르웨이인들이 절규하고 있다. 북유럽 국가의 극우주의 등이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나는 한 개인의 사이코패스 때문이라고 본다. 이슬람에 대한 경멸과 청소년들에 대한 광기의 총질과는 아무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국민들이여, 슬픔은 바다에 실어 보내고 사랑의 장미꽃을 높이 들라!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