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회가 변하고 있다(下)

입력 2011-07-26 15:41


[미션라이프] 일본 복음화율은 왜 그토록 낮은 것일까. 이번 취재를 통해 일본 전통의 ‘배려’ 문화, 지나친 이성주의가 복음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인의 세계관에 따르면 상대방의 환경과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며 말하는 건 금물이다. 그렇다보니 목회자들의 설교도 단정적이지 않다. ‘∼라고 믿는다’는 선포를 하지 않는다. 대신 ‘∼라고 기대한다. ∼아닐까 한다’ 등 소극적 수사가 주를 이룬다. 배려 문화가 설교문에도 깊숙이 배어있는 것이다. ◇문화에 포위된 기독교=오오이 미쯔루(이타바시교회) 목사는 가족문화, 인본주의, 상류층 종교로 각인된 기독교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교회 부흥을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오이 목사는 “일본인은 가족과 가문을 중시하기 때문에 남편이나 아내가 비신자라면 굳이 상대방과 대립하면서까지 교회에 출석하려는 의지가 약하다”고 말했다. 후쿠다 마코토(도쿄바이블교회) 목사는 “일본인들은 다른 종교의 신과 성경의 하나님의 차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며 “일본에는 800만개 신이 있다고 하는데 모두 ‘가미사미’라는 명칭을 쓰고 있어 하나님을 특별한 존재로 느끼지 않는 게 장벽”이라고 분석했다.

목회자들은 헌신자 부족도 또 다른 걸림돌로 꼽았다. 야마구치 키요타카(우에노온누리교회) 목사는 “목사 가운데 80대 이상이 10%, 70대가 23%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반면 목회자가 되겠다고 헌신하는 젊은이들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지역과 교단에 따라 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교회 담임을 맡아야 하다보니 경험 부족으로 목회가 쉽지 않고, 교세가 매우 약하다보니 자신의 월급만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다른 직업까지 갖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주일에만 목회자이고 다른 날에는 일반 샐러리맨인 셈이다.

◇CGNTV, 일본선교 새 모델이 되다=마루야마 사토시(미소노침례교회) 목사는 단기간 내 성공한 선교모델로 일본CGNTV를 꼽았다. 마루야마 목사는 “상대적으로 도외시된 많은 농촌교회 목사들이 CGNTV의 ‘10분 설교’에 출연해 다른 크리스천들과 동지 의식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CGNTV의 각종 프로그램이 일본 내 다양한 사역자 네트워킹을 가능케 했고 서로의 장점을 찾아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일본 목회자들은 CGNTV와 문화전도집회인 러브소나타가 교회간 벽을 허물고 전도의 열정을 심어줬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인 사역자들이 겸손히 일본교회에서 사역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동역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일교회 전방위 협력이 성장 포인트=목회자들은 한국교회와의 동역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적 차이와 역사적 상처를 뛰어넘어 협력하면 일본교회를 보다 강력한 공동체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후쿠다 목사는 “만일 종교를 갖게 된다면 기독교를 선택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매우 많다”면서 “많은 이들이 영적인 걸 갈망하고 있는 이때야말로 협력 선교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마노 하로마사(소카신소그리스도교회) 목사는 “초창기 외국 선교사들이 학교를 세우는 등 교육선교에 나선 것은 좋았지만일본을 사로잡고 있는 어둠의 영과의 대결에는 무관심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영적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목회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훈련과 신학적 소양을 갖추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