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 작곡가 박영희씨 “한국식 타령, 서양 청중들도 공감하죠”

입력 2011-07-25 20:38


“가장 개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저의 개성은 한국인, 한국적인 사람이라는 것이고 제 음악도 한국적입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박영희(66·사진) 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24일 개막한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그의 곡 ‘타령 Ⅵ’와 ‘만남’이 연주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25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 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그의 음악세계와 지난 삶에 대한 소회를 말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유럽에서 ‘영희 박 파안(Pagh-paan)’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현대음악가다. 파안(琶案)이라는 이름은 1977년부터 쓰고 있다. ‘책상 위의 비파’라는 뜻으로 ‘생각하는 작곡가’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만든 예명이다. “한국인 중에 박(Park)씨가 너무 많아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파안대소(破顔大笑)’의 준말로 생각해주셔도 괜찮다”며 웃었다.

이번에 연주되는 ‘타령 Ⅵ’에서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베이스클라리넷 퍼커션 등 6개의 악기가 사용된다. 서양 악기를 이용해 한국적 리듬을 살려내는 곡이라는 게 박 교수의 말. 그는 “한국식 타령을 모르는 서양 청중은 제 음악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며 “한국적이라는 건 저의 개성”이라고 강조했다. 78년 당시 그에게 스위스 보스윌 작곡 콩쿠르 1위라는 명예를 안겨준 ‘만남’은 대관령을 넘어 시댁으로 돌아가는 신사임당이 어머니를 그리며 지은 한시 ‘사친(思親)’을 모티브로 작곡됐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가족들이 폐허가 된 청주 집에 돌아왔는데, 저희 집 앞에 거지가 매일 왔어요. 그분이 집 앞에서 매일 해금을 하셨지요. 저는 예닐곱 살이었는데 하루 종일 그 해금을 들은 거예요. 그때는 ‘저 아저씨 불쌍하게 저런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거지요. 아버지가 장터에 데리고 가면 매일 판소리를 들었었지요.”

박 교수는 어린 시절 경험을 인용하며 한국음악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청중이 (한국음악에 대해) 모른다고 하지만, 청중한테 그 죄를 뒤집어씌울 수는 없어요. 무엇으로 교육하느냐가 문제인 것이지요. 저는 한국의 음악적 상황에서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