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협상 진통… 월가 ‘최악 시나리오’ 대비

입력 2011-07-25 21:54

미국 금융가가 연방정부 부채 협상 실패를 가정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부채 상향 조정 시한인 8월 2일까지 1주일 정도 남았지만 정치권에서 이를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회사들과 대기업들은 현금 비중을 전례 없이 늘리고 채무도 최대한 줄이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상한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관계자들은 2008년 미 의회가 7000억 달러 은행 구제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월가가 충격에 빠진 것을 상기하면서 경계하고 있다.

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인한 미 국채의 신뢰도 하락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신뢰도가 떨어져 투자자들이 국채를 내다 팔기 시작하면 가치가 떨어지고 수익률은 오른다. 양당이 합의에 이르지 못 하면 국채와 달러에 대한 투매가 불가피할 것이며 이는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 기관들은 디폴트가 선언되면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하락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만약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AAA 등급 채권만 보유하도록 압박받아 온 기관투자가들의 고민도 커질 수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그리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주말 동안 부채 협상을 타결하려고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편 무디스는 24일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로 강등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Ca 단계는 디폴트를 의미하는 최하 단계 C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이다.

무디스는 성명을 통해 “부채가 많은 국가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은 채권자들에게 중대한 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며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그리스의 디폴트는 거의 100%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이와 함께 그리스의 등급 전망을 ‘유동적(developing outlook)’으로 분류하고 차후 신용 위험도에 대해 재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