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고열차 두 기사 상반된 근무태도… 끝까지 속도줄이다 희생-긴급조치·행적 오리무중
입력 2011-07-25 19:36
‘7·23 고속열차 추락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째가 되면서 수많은 뒷얘기와 의문점이 나돌고 있다. 특히 두 둥처(動車) 기사의 근무 태도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앞에 D3115호가 멈춰 있는 줄도 모르고 평소와 다름없이 둥처를 몰던 D301호 기사 판이헝(潘一恒·38·사진)은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다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판씨는 눈앞에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나자 추돌 직전까지 브레이크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그는 결국 가슴에 브레이크 손잡이가 박혀 숨진 채 발견됐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은 판씨의 분투 덕분에 301호의 속도가 줄어들어 그나마 희생자 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1993년 광저우(廣州)철로기계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열차 운행 업무를 시작, 지금까지 18년 동안 23만8262㎞를 달리면서 무사고 운전을 기록할 만큼 성실한 사람이었다.
인민망에 따르면 판씨는 2008년 5월 원저우-푸저우 노선 개통을 맞아 둥처주(動車組) 기사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판씨는 그 뒤 철도부 면접과 최종 실습시험까지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는 2009년 10월 정식으로 둥처주 기사가 된 뒤에도 열심히 노력해 5종류의 기능사 자격을 따내기도 했다.
이에 비해 벼락으로 인해 동력을 상실한 채 멈춰서 있던 D3115호 기사는 10∼25분 동안 (정차한 시간조차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고 있음) 도대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전혀 밝혀진 게 없다. 해당 기사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휴대전화로 긴급한 조치조차 취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중국 네티즌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이 기사의 행적도 오리무중이다. 이 기사는 후미를 추돌당한 둥처의 맨 앞에 있었기 때문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다 D3115호 승무원들마저 아직 한 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이 기사나 승무원의 신병을 이미 확보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신문 방송 등 언론은 이들의 행적에 대해선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억측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고로 추락한 둥처의 블랙박스가 확보됨에 따라 정확한 사고 경위는 곧 밝혀지겠지만 또 다른 의문도 제기된다. 고속열차의 블랙박스는 운행을 위한 시스템 제어 기록을 담고 있는 장치로 사고조사와 분석을 위한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한 네티즌은 베이징에서 푸저우로 향했던 D301호가 항저우에서 푸저우로 가던 D3115호보다 앞에 위치해야 했는데도 반대로 D301호가 뒤에서 운행 중이었던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열차시간표 상으로 D301호는 푸저우역에 9시26분 도착 예정이었고 D3115호는 푸저우남역에 9시45분 도착하기로 돼 있었다는 것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