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선박왕’ 권혁회장 소환 6시간 조사… 탈세·비자금 집중 추궁
입력 2011-07-25 22:03
수천억원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25일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권 회장을 상대로 탈세 경위와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추궁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권 회장을 상대로 국내에 사업 기반을 두고도 홍콩으로 본사를 이전해 자산을 국외로 빼돌려 8000억∼9000억원대를 탈세했다는 경위를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검찰은 시도상선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체와 선박건조 계약을 체결하면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선박 건조 대금의 1% 정도를 커미션으로 받은 뒤 사용한 곳의 용처도 캐물었다. 시도상선이 보험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5% 정도의 리베이트를 받은 경위 등도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13∼16일 시도상선 서울사무소와 대형 조선업체 4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시도상선 측이 검찰 최고위급 간부 출신 변호사 3명에게 수억원의 선임료를 줬다는 기록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도상선 측은 “출입국 사안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문 성격이며 선임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6시간여 조사 끝에 귀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권 회장이 디스크 당뇨 등 지병을 호소해 1차로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에 나타난 권 회장은 “탈세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대형 선박 175척을 보유한 국제 해운업계의 큰손으로 ‘한국의 오나시스’로 불린다. 국세청은 지난 4월 권 회장을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역대 최대 액수인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