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최후의 선택”-노동계 “일자리 빼돌리기 수단”… 한진중공업 사태로 본 기업의 해외 진출 명암
입력 2011-07-25 19:27
한진중공업 사태를 바라보는 재계와 노동계의 시각은 상반돼 있다. 수주 실적이 없는 영도조선소에 대해 기업이 최후의 방법인 정리해고를 택했다는 주장과 부실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사태의 근원에는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있다. 수빅조선소가 2007년 설립된 이후 영도조선소의 수주량이 급감했고 그로 인해 영도조선소가 폐쇄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영을 기치로 앞 다퉈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살기 위해 나간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그만큼 줄어드는 일자리를 걱정하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장논리에 따른 것이다. 당장 정치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최근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 “대기업이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리는 것은 재산의 해외 유출만큼 부도덕하고 심각한 기업 행태”라고 비난했다.
◇기업들 해외 진출 속도=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과 체코, 중국, 인도에 현지 완성차 공장을 가지고 있다. 현지 조립공장도 남미의 베네수엘라·브라질, 아프리카의 수단·이집트,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등 전 세계에 포진해 있다. 기아차 역시 미국과 중국, 슬로바키아에 완성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 판매 호조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 공장들은 가동률 100%를 넘기고 있다. 자동차 공장 가동률은 주야 8시간 교대근무를 통한 일일 16시간 조업이 100%이며 잔업이나 특근이 추가될 경우 100%를 넘어서게 된다. 지난 5월까지 현대차의 6개 해외공장 가동률은 평균 107%에 달한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신형 쏘나타와 신형 아반떼의 인기로 지난 3월 역대 최고 가동률인 126.9%를 기록했고, 5월까지 평균 가동률 역시 114%나 됐다. 기아차의 현지 공장들도 현대차를 능가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미국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거의 전 세계에 현지 공장만 30여개에 이른다. 현재 국내 삼성전자 근로자와 해외 근로자는 10만명 수준으로 같다. LG전자도 멕시코와 브라질, 중국, 인도 등 15개국에 28개 해외 공장을 갖고 있다. 현재 해외 근로자가 6만1000명으로 국내 근로자 3만5000명보다 2배 가까이 많다.
◇“해외 기업 환경이 좋다”=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업들은 우선 해외 공장의 경우 임금 대비 생산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한 자동차 업체 미국사업장의 대당 조립시간은 20.6시간, 국내사업장은 33.6시간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국내사업장의 평균임금은 6713만원으로 미국사업장의 6122만원에 비해 높았다. 또한 현지 생산을 하면 관세 혜택도 볼 수 있다. 인도의 경우 완성차 관세는 최대 62% 정도지만 현지 공장에서 출하할 경우 관세만큼 가격을 낮출 수가 있다. 해당 국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조업체들은 국내보다는 해외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말 제조업체 400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3년 동안 역점투자지역을 묻는 질문에 ‘해외’라고 응답한 기업은 53.0%인 반면 ‘지방’과 ‘수도권’이라고 답한 비율은 19.7%, 27.3%에 불과했다.
◇“줄어드는 일자리가 걱정이다”=그러나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일자리는 줄고 있다. 고려대 강성진·이홍식 교수의 논문 ‘한국의 해외직접투자가 탈산업화에 미친 효과분석’에 따르면 2002∼2008년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로 인해 외국으로 빠져나간 취업손실인원은 약 255만명에 달한다.
노동계에서는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도 인정하지만 한진중공업처럼 극단적인 형태로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이은호 홍보선전부장은 “기업에서는 인력 운용 효율성을 얘기하지만 한진중공업이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기여한 노동자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박성식 부대변인도 “대량 해고에 대해서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해결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맹경환 김정현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