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은퇴 여파 향후 10년 집값 꺾일 것”

입력 2011-07-25 21:53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앞으로 최소 10년간 부동산 가격 하락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노후생활자금 마련이 어려워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주택연금제도 개선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은퇴 후 버는 돈 없이 써야 할 곳 많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5일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주택시장 변화’ 보고서를 내고 “국내 인구의 14.1%를 차지하는 베이비붐세대 688만명의 은퇴가 향후 10년간 지속된다”며 “은퇴 후 소득 감소와 연금 부족 등 노후생활 대책 우려로 주택 처분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에서 63년 사이 태어난 세대로 55년생이 55세가 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됐다. 문제는 이들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65세까지 10년간 소득 원천은 없지만 지불해야 할 돈은 많다는 데 있다.

첫 번째 걸림돌은 채무 부담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67∼71%가량은 평균 7513만∼8806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연구소는 기준금리가 1%만 올라도 가계의 순이자 부담은 연간 1조20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향후 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증가하면 베이비붐 세대의 부채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다수(90% 이상)가 자녀의 대학교육비나 결혼비용을 직접 마련하고자 해 지출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베이비붐 세대가 기댈 곳은 보유 부동산 처분밖에 없다. 연구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보유자산 3억3000만원 중 74.8%인 2억4678만원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 악순환 우려=베이비붐 세대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악순환에 빠질 우려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한 주택담보대출의 44.2%는 만기 일시상환 방식이다. 은퇴 후 소득이 감소할 경우 상환 압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대출 회수 압력이 높아지면 부동산 가격은 추가 하락하게 되고 담보인정비율(LTV) 상승 등의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연구소는 LTV 60% 이상인 차주의 경우 주택가격 10% 하락 시 부채 비중은 20%대로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 은퇴는 주택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연구소는 실버세대를 위한 전용주택과 기존 주택의 개조사업(리모델링 후 임대주택으로 전환)이 새로운 고령계층의 투자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가구원 수 감소, 소득 감소 등에 따른 소형 주택 활성화, 고령계층의 의료서비스 요구에 따른 도심 거주 수요의 증가도 새로 나타날 현상으로 꼽았다.

손은경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주요 주택 수요계층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됨에 따라 주택시장은 물론 이와 연계된 금융상품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적극 검토하고 주택가격 하락 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 형태, 원리금 등을 조정하는 주택담보대출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