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테러] 범인 “무슬림에게서 유럽 구하려 했다” 무죄 주장

입력 2011-07-26 01:00

노르웨이 연쇄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에 대한 청문회가 25일(현지시간)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열렸다. 브레이비크는 재판정에서 자신의 범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테러범, 청문회에서 무죄 주장=브레이비크의 청문회는 이날 오후 1시50분부터 35분간 진행됐다. 붉은 티셔츠 차림의 브레이비크는 방탄 벤츠 차량을 타고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뒤 뒷문을 통해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성난 군중들은 차량 유리창을 치며 “배신자” “피의 살인마”라고 외쳤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브레이비크는 이번 청문회를 언론에 공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법정 출두를 통해 자신의 극우철학을 세상에 알리고, 유럽 극우주의자들에게 대(對)이슬람 테러를 촉구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노르웨이 법원은 비공개로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개최된 것은 기소인부절차(Arraignment) 청문회로 피고인을 재판에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범인은 재판정에서 최소 93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슬로 정부청사 폭탄 테러와 우토야 섬 청소년 캠프의 대량 학살 사건을 저질렀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무슬림으로부터 유럽을 구하고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싶었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고 킴 헤거 담당판사가 청문회 이후 밝혔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단독범행을 주장해 오던 것과 달리 “우리 조직에는 2개의 소규모 조직(CELL)이 더 있다”고 밝혀 공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헤거 판사는 설명했다. 헤거 판사는 8주간의 구금을 명령하면서 “구금 첫 4주 동안은 외부와의 대화가 금지된다”며 “풀려날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4주 이후 최소 한 달간 면회나 서신 교환, 언론 접촉 없이 추가로 구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비크의 청문회에 앞서 정오를 기해 노르웨이 전역에서 1분 동안 희생자에 대한 묵념이 진행됐다. 한편 우토야 섬 희생자 중에는 메테-마릿 노르웨이 왕세자비의 이복동생인 트론드 번센도 포함돼 있다고 노르웨이 왕실이 밝혔다.

◇영국 총리와 찰스 왕세자도 공격 목표=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등 전 영국 총리와 찰스 왕세자도 브레이비크의 공격 목표였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4일 보도했다.

그는 연쇄테러 전 인터넷에 올린 1518쪽짜리 문서에서 “이슬람을 용인하는 자는 모두 배신자”라며 이들의 사진과 이름을 적시했다.

브레이비크는 문서에서 전 영국 총리들을 거론하며 “이들은 영국에 이민 장려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다문화주의 사회가 되는 것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찰스 왕세자에 대해서는 “그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으로부터 돈을 받아 옥스퍼드 대학 이슬람학 센터를 후원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테러범은 “우리의 전통적인 엘리트들이 적들과 공모했다”고 분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테러범의 공격 목표에 포함됐다.

신문은 브레이비크가 영국 극우단체들과 연결된 점으로 미뤄 실제 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한승주 백상진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