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색다른 병영체험

입력 2011-07-25 18:56

병영체험 하면 으레 해병대식 극기훈련을 떠올린다. 이 훈련은 협동심, 자립심, 정신력, 가족의 소중함 등을 느끼게 하고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병대원의 총기 난사로 국민이 충격에 빠졌지만 올해에도 이 훈련에 참가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어린이부터 기업체 임직원까지 훈련생들의 경력은 다양하다. 땀과 흙으로 뒤범벅된 초등학생들이 “부모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악을 쓰는 사진은 언제나 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한다.

최근 육군 20사단은 아주 색다른 병영체험을 실시했다. 소대장 6명을 이등병으로 위장시켜 사병들의 생활관으로 잠입시킨 것이다. 구타나 가혹행위 등을 알아보기 위해 나상웅 사단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20사단은 나 사단장과 인사참모, 소대장 6명을 제외하고는 극비리에 작전을 수행했다.

혹시나 사병들이 눈치챌 것에 대비해 앳돼 보이는 동안(童顔)을 선발했다. 이들이 3박4일 동안 이등병 체험을 하고 대대장 이상 지휘관들에게 털어놓은 경험담에는 후임병을 못살게 하는 내용이 많았다. ‘생활관에서 과자 파티를 하고 나면 이등병이 남은 과자를 모두 먹어야 했다’ ‘후임병이 비흡연자라도 선임병이 흡연하는 장소에 따라다녀야 했다’ ‘화장실 청소는 무조건 이등병 몫이다’ 등등.

구타나 가혹행위가 정말로 없었다면 20사단은 상당히 괜찮은 부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뭘까. 생활관 침투작전을 마친 이들의 경험담이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남은 과자를 이등병이 모두 먹어야 하거나 이등병이 화장실 청소를 전담한다고 했는데, 이 정도는 가혹행위 축에도 들기 어렵다.

햄버거가 나올 때마다 고참들이 고기를 다져 만든 패티와 야채만 먹고, 맨빵 여러 개를 졸병에게 주고 제한시간 안에 먹도록 강요하거나 화장실에서 얼차려를 주는 일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병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특수작전을 벌인 20사단의 방침은 옳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후환을 두려워하는 졸병이 애로사항을 적극 제기할 수 없는 군 구조를 고려할 때 현장점검을 통해 원인을 찾으려는 자세가 돋보인 것은 분명하다.

차제에 소대장이 1주일에 한두 번 사병들과 생활관을 같이 사용하면 어떨까. 맏형이 동생들을 보살피는 식으로 말이다. 20사단의 색다른 병영체험을 본받아 각 부대의 병영문화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