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숙박 대란 해소하려면
입력 2011-07-25 18:54
정확히 1년 전이었다. 강원도 정선의 산골마을로 취재를 갔던 필자는 하룻밤 묵을 숙소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자정 무렵에야 겨우 펜션 비슷한 민박집을 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지갑부터 꺼내들었다. 주인아주머니가 무표정한 얼굴로 방 2개에 거실 1개 딸린 민박집의 숙박료로 60만원을 달라고 했다. 혹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하던 필자에게 주인은 성수기라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필자는 기가 막혀 대꾸할 생각도 못하고 되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또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산과 바다로 떠나는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만큼 북적거리고, 호텔 콘도 펜션은 물론 쪽방처럼 허름한 바닷가 민박집에 이르기까지 숙소는 모두 동이 났다. 평소 3만∼5만원 정도 하던 민박집은 부르는 게 값이라 네댓 배 바가지를 쓰더라도 구하면 다행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모처럼의 여름휴가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몇 배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휴가철마다 숙박대란이 일어나는 것은 휴가 분산이 제대로 안 된 탓이다. 정부에서 아무리 휴가 분산을 독려해도 학부모들은 학원이 쉬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휴가를 갈 수밖에 없다. 주5일 수업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주말여행이 대폭 늘어나 교통대란과 숙박대란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숙박대란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숙박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인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관광숙박시설 해소 방안을 마련했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2013년까지 수도권에 1만실 규모의 호텔 부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또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해 오피스텔 등 기존 건축물의 비즈니스호텔 전환을 지원하고 국민여가캠핑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농어촌지역의 마을회관 등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해 가족체류형 두레여행촌을 조성하고 고택·종택 등 전통한옥이 고품격 전통문화체험 숙박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숙박시설도 확충하고 국내관광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도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저가 관광호텔 체인 브랜드인 베니키아 호텔의 사업기간을 2013년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신축호텔의 베니키아 체인 가맹을 확대하고 서비스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토종브랜드인 베니키아를 국제적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베니키아 호텔은 하루 숙박비가 10만원 안팎으로, 체인호텔 10개와 가맹호텔 34개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정부의 관광숙박시설 해소 방안에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콘도의 신·증축 활성화 대책이 빠졌다. 2009년 국민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단위 관광객이 이용하는 숙박시설은 펜션·민박 27.2%, 콘도 23.5%, 친지집 17.8%, 모텔·여관 12.1%, 호텔 7% 순으로 조사됐다. 수치상으로 펜션·민박 이용률이 가장 높지만 실상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콘도를 구하지 못해 차선책으로 민박이나 모텔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호텔로 자리매김한 콘도는 전국적으로 2만7000실에 불과하다. 대규모 숙박시설이라 환경 규제가 심하고 개발 절차가 복잡해 업계의 재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다. 대부분의 콘도가 분양을 통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현실에 비춰 장기간의 부동산 경기 침체도 콘도의 신·증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숙박난을 해소하고 국민들이 선호하는 숙박시설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개발공사가 50∼100실 규모의 중소형 콘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아울러 관광호텔처럼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호텔 종사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이 뒤따라야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국내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