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이는 ‘韓美 FTA’… 韓, 재재협상 등 불협화음

입력 2011-07-25 22:1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우리 정치권은 민주당이 ‘재재협상’을 요구하는가 하면 다음 달 비준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마저 정부 부채협상 문제로 뒤엉키면서 상황이 불투명해졌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비준안 통과 시점을 놓고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김종훈 본부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 의회가 미국 채무상한 조정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번 회기 내) 다른 의제를 도저히 다룰 수 없다는 의견을 백악관에 제시한 것 같다”면서 “지금 상황이 지속된다면 8월 처리는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한·미 FTA 이행법안 처리와 관련, 미 의회 내에서 상당부분 합의가 진행됐다고 보고 8월 회기 내 처리될 경우에 대비해 대응 시나리오를 짜고 있었다. 미 의회에서 비준안이 처리되면 국내 반대 여론 등도 생각보다 수월하게 가라앉아 국회통과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한·유럽연합(EU) FTA가 별 탈 없이 통과된 전례도 이런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7월 중순 이후 미국의 채무상한 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한·미 FTA 이행법안 처리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급작스런 상황 변화에 당혹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다. 지난 21일 당·정·청 회동에서도 “8월 국회 회기 중 처리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가 9월 이후로 넘어갈 경우 예산안, 국감 등 다른 이슈들에 묻히거나 휘말려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미 상·하원 양당이 한·미 FTA 이행법안을 9월 회기에는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8월 국회 처리는 안 되더라도 상임위 통과까지는 추진해 본다는 심산이다. 김 본부장은 “미 의회가 9월 비준안 처리에 대해 어느 정도 공식적으로 의지를 보이면 우리도 최소한 논의를 시작하는 등 한두 발짝은 나가볼 기반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8월 국회 상임위 통과라도 가능하도록 나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