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줄거리… 사회성 짙은 ‘보이체크’가 온다

입력 2011-07-25 18:26

국립극단이 독일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 ‘보이체크’를 폴란드 타데우시 브라데츠키의 연출로 무대에 올린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거장 예술가를 소개한다는 취지다.

다음 달 서울 혜화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을 위해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과 폴란드 실롱스크극장 연출가 브라데츠키가 만났다. 브라데츠키는 고전을 재해석해 현대화하는 작업에 정평이 나 있다. 그는 25일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에서 ‘보이체크’를 공연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보이체크’는 1836년 당시 실업 상태에 있었던 41세 이발사 보이체크가 46세 과부를 찔러 살해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지배계급과 하층계급 간 사회적 모순을 통렬히 비판한 주제의식과 높은 문학성 덕에 전 세계에서 숱하게 공연된 바 있다. 연극에서는 이발병 ‘보이체크’와 아내 ‘마리’, 병사를 실험대상으로 바라보는 의사가 등장한다. 장기간 실험에 시달린 끝에 보이체크는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고, 설상가상으로 마리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극이 전개된다.

원작자 뷔히너는 이 작품을 완전한 텍스트로 마치지 않았다. 막의 순서를 연출가 마음대로 뒤바꿀 수 있는 미완결 구조이기 때문에 ‘보이체크’는 연출가 의도와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도 극단 노뜰의 ‘보이체크’를 비롯해 아르케의 ‘아름다운 살인자 보이첵’, 사다리움직임의 ‘보이첵’ 등 연극 작품과 무용으로 소개돼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에게 이미 익숙한 콘텐츠다.

한국 극단에 의해 한국어로 공연되지만 작품 속 배경이나 시간 등은 원작을 충실히 따를 예정.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브라데츠키는 “‘보이체크’는 세계 어디서 공연되더라도 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작품”이라며 “방한을 앞두고 한국의 역사와 현재 상황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구성되는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에 대해 묻는 작품”이라는 게 손진책 예술감독의 설명이다.

일주일 동안 연출가와 호흡을 맞췄다는 배우 서주희는 브라데츠키에 대해 “한국 연출가들과 달리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 (연기에 대한 지시가) 명쾌하고 깨끗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주희를 비롯해 이호재 정상철 서상원 박완규 장성익 등이 출연한다. 다음 달 21, 22일 프리뷰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본 공연은 23일부터 9월 10일까지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