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고속철 사고에서 배우는 교훈

입력 2011-07-25 17:40

지난 주말 중국이 자랑하던 고속철도에서 끔찍한 추돌사고가 났다. 시속 200㎞ 이상의 고속철 시대에 진입했다고 자랑하던 2007년 이래, 그리고 지난달 30일 베이징∼상하이 간 고속철도를 개통한 이후 최악의 사고다. 중국 정부는 부총리를 현장에 파견하는 한편 상하이 철로국 국장 등 3명의 간부를 즉각 면직하는 등 민심 수습에 나섰다.



사고원인을 보면 어이가 없다. 항저우에서 출발한 고속철이 푸저우로 향하던 도중 원저우 남역에 진입하기 전에 벼락을 맞아 멈춘 것이다. 이 정도야 있을 수 있는 사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고차량이 20m 높이의 고가다리 위에 서있는데도 다음 열차가 아무 제지 없이 질주해 들이받았다. 벼락이라는 천재로 돌리기 이전에 안전관리 소홀과 기술력 부족의 인재임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사고 열차가 난간 아래로 굴러 떨어진 순간 굴기를 향해 치닫던 중국의 국격도 땅에 떨어졌다. 일본 언론이 “중국의 고속철도 사업은 ‘체면공정’이다”라고 조롱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우리가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겪었듯 중국 역시 압축성장의 폐해를 고스란히 이어받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우리 고속철은 어떨까. 올 들어 KTX 사고가 36건이나 발생해 여론의 비난이 빗발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국토해양부가 중국 고속철 사고를 보고는 부랴부랴 안전강화 대책이란 걸 내놨다. 186억원을 투입해 고장 원인으로 지목돼 온 부품을 내년 상반기까지 교체키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코레일에 KTX 정비팀과 별개의 품질관리 조직을 두기로 했다.

그런데도 미덥지 않다. 비장한 각오나 문제의식이 없다. 부품교체가 완료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고장이 더 날 수 있으니 승객들더러 각오하라는 식이다. 이래서는 해외시장 진출은 고사하고 중국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토부나 코레일 내부 시스템으로서는 더 이상 믿음을 줄 수 없으니 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감사원 감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