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16명 불구 당당히 자립한 월포교회 강태봉 목사 “생존 못하면 구걸하게 돼… 목사도 일해야죠”
입력 2011-07-25 18:05
전남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의 월포교회를 담임하는 강태봉(54) 목사가 22일 승합차를 몰고 서울로 올라왔다. 승합차는 수많은 상자로 가득 차 있었다. 상자에는 월포교회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생산한 매실원액이 병에 담겨 있었다. 1983년 창립된 월포교회는 출석교인 16명의 초미니교회. 평균연령은 70대 중반. 일년 통틀어 성도들이 내는 헌금은 350여만원 정도. 그럼에도 예장 합동 소속의 월포교회는 당당한 자립교회다. 외부 도움을 받지 않고 교회를 운영하며 선교와 구제도 펼친다.
월포교회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은 매실과 유자에 있다. 월포 마을에는 매실과 유자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19년 전 월포교회에 부임한 강 목사와 송선숙 사모는 성도 및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매실과 유자를 생산·가공해 도시에 판매하고 있다. 매년 7월의 맥추감사절 즈음에는 매실을, 11월 추수감사절 때에는 유자를 생산한다. 성도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이 이 일에 참여한다. 한 해 평균 각 3t 정도의 매실과 유자를 생산한다. 순도 100%의 천연산이다. 이를 통해 연간 45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린다. 수익은 교회와 마을 주민들이 참여도에 따라 나눈다.
홈페이지(www.winwin.me)와 전화(061-843-5528) 주문을 통하기도 하지만 주로 강 목사가 매실과 유자차 상자를 직접 차에 싣고 서울 부산 등 전국을 다니며 판매한다. 친구 목회자나 뜻있는 교회에서 구입한다. 제품 질이 좋아 요즘은 알아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월포교회에 있어 매실과 유자 ‘사역’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복음을 마을 주민들에게 전하는 접촉점이 된다. 포구에 뜬 달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마을 월포(月浦)에는 70여 가구 130여명의 주민이 산다.
강 목사는 1992년 총신대 신대원 3학년 때 낙도단기선교차 전남 신안 우의도에 들어갔다가 평생을 섬 선교에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우의도에는 6명을 위해 학교가 있었습니다. 거룩한 낭비였습니다. 충격을 받았지요. 그때 섬광처럼 ‘교회야말로 거룩한 낭비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송 사모와 두 자녀를 데리고 전남 고흥 나로도에 들어갔다가 이후 거금도 월포교회로 옮겼다. 고민도 많았지만 ‘누군가는 거룩한 낭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다. 월포교회에서 사역하면서 그는 수없이 목회가 무엇인지 물었다. 목회는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었다.
건강하게 함께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립해야 했다. 생존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구걸’하게 된다. 뜻으로 시작한 목회가 돈 때문에 마감되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그는 ‘목사도 일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마을 주민들의 필요를 살폈다. 마을에서 튼실하게 자라는 매실과 유자나무가 보였다. 이제 그는 매실과 유자 전문가가 됐다. 20년 가까이 섬을 떠나지 않고 함께 일하는 그에게 성도들은 물론 월포 주민들은 무한 신뢰를 보내줬다.
“목회자가 매실차 상자를 옮기며,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마을 사람들은 월포교회를 ‘우리 교회’라고 부릅니다. 모두가 ‘마을에 월포교회가 있어서 참 좋다’고 말합니다. 목사에게 이보다 더한 성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립하기 위해서는 더 심한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강 목사의 대답이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