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가운데 인생의 주어를 깨달아”… 백석대 이종우 교수 절절한 투병기 ‘까리타스의 기적’ 출간
입력 2011-07-25 18:05
수술대 위에 서 본 사람이라면 깨닫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인간은 전적으로 무력한 존재, 오직 절대자의 한없는 은혜만이 필요한 피동체라는 깨달음이다. 지난 시절 업적과 삶의 모든 것, 심지어는 인간적 선함까지도 그 수술대 위에서는 헛된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신자라면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혜’가 절실한 존재로서 자신을 바라본다. 그럼으로 ‘고난이 내게 유익이라’는 역설적 말씀의 진정한 의미가 실체로 다가온다.
백석대 기독교학부 언론선교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는 이종우 교수의 ‘까리타스의 기적’(서로사랑·사진)은 한 목회자의 절절한 투병기다. 2001년 심혈관 수술, 2010년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저자가 수술대 위에서 깨달은 사실을 진솔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교수 말대로 ‘병중에서 묵상 가운데 영감의 파도가 일 때마다 틈틈이 정리한 글’이 거기 있다. 라틴어 ‘카리타스(Caritas)’는 사랑이란 뜻.
책에는 고통의 순간에 저자가 느낀 실상이 담겨 있다. 이 교수는 수없이 단말마처럼 “주여, 왜!”를 외치며 인간 고통의 실존적 의미를 곱씹어야 했다. 그러면서 결국 고통 가운데 가장 절박한, 진실한 기도를 드릴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고통이야말로 자신을 깨우는 스승임을, 주님께로 이끄는 가장 훌륭한 가이드임을 절감했다. 그래서 고통은 은혜였다.
고통 가운데 그는 인생의 주어는 ‘내가’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자신의 실패를 넘어선 하나님의 은혜를 인식하는 순간 그에게 “너의 약함이 곧 나의 능력이라”는 주님의 말씀이 들어왔다. 책에는 투병생활 중에서도 삶은 지속되며, 기나긴 겨울이 있기에 봄은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도 담겨 있다.
절망의 벼랑에서 주님 사랑의 기적, 곧 ‘까리타스의 기적’을 경험하며 이 교수는 ‘인간은 오직 사랑으로만 산다’는 피조물의 고백을 하기에 이르렀다. 절절한 내용의 책을 읽으면서 특히 이 구절이 가슴에 와 닿았다.
“네 모든 야망을 내려놓아라!”
“주님, 제 모든 야망을 내려놓습니다!”
불현듯 들려온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저자의 반응이었다. 이 어찌 저자만의 반응이 되어야 하겠는가. 신자 모두가 한번은 경험해야 할 ‘신적 대화’가 아닐 수 없다.
이태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