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연출 조용신씨 “음악이 이야기의 보조가 아닌 중심이 되는 작품 해보고 싶었어요”
입력 2011-07-24 19:17
“이야기보다 음악을 우위에 둔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워크숍과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출품 등 1년여 검증 과정을 거쳐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강화됐습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 배우가 무대에서 악기 연주까지 도맡는다면? 노래, 춤, 연기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춘 배우조차 드문 현실에서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모비딕’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국내 최초 창작뮤지컬이다. 구색만 갖춘 게 아니라 음악과 이야기 모두에서 완성도를 높였다. ‘모비딕’을 통해 연출가로 데뷔한 뮤지컬평론가 조용신(43·사진)씨를 21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액터-뮤지션(actor-musician) 뮤지컬’(뮤지컬 배우가 악기 연주를 통해 음악을 도맡는 뮤지컬)을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고, 악기와 캐릭터를 매치시킬 수 있는 작품을 찾다가 떠오른 게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이었죠. 바이올린과 첼로 등 서양악기가 크기만 다를 뿐 고래 비슷하게 생겼고요, 원작이 가지고 있는 모던한 문체를 잘 살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원작의 많은 캐릭터도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요.”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배우 캐스팅이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 신지호와 바이올리니스트 이일근을 캐스팅하고, 알음알음 뮤지션들을 구했지만 다른 작품들과 같은 더블·트리플 캐스팅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배우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작품이어야 수익을 내기도 쉬워요. 그래서 ‘모비딕’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죠.”
그런데 왜 국내에서 시도된 적 없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을 하려고 했던 걸까. 신씨는 “음악이 이야기의 보조가 아니라 중심이 되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다음 달 20일까지 ‘모비딕’이 공연되는 두산아트센터는 감미로운 재즈와 팝, 날카로운 현대음악이 한데 어울린 연주회장이 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평론가이기도 하다. 평론을 하는 입장에서 듣는 입장으로의 변화가 생경하지는 않을까. “‘모비딕’이 1년 가까운 검증 과정을 거치다 보니 남의 의견을 듣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액터-뮤지션 뮤지컬’ 연출에 계속 도전할 생각이에요.”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