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폭로’ 퇴역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 방한… 30여년 만에 한국 땅에서 ‘고엽제 사과’

입력 2011-07-24 22:07

“미국이 고엽제를 땅에 묻은 사실을 밝혀내고, 이것이 한국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다.(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길 원한다.”

지난 5월 주한미군 기지 주변에 고엽제를 매몰했다고 고백한 퇴역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는 24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함께 방한한 필 스튜어트 전 미군 대위는 “1968∼69년 한국 근무 당시 부대에서 고엽제를 DMZ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과 임진강에 뿌렸다”고 거듭 밝히고 “미국 국무부가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주한미군 고엽제 등 환경범죄 진상규명과 원상회복 촉구 국민대책회의’(고엽제 대책회의)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고엽제 대책회의는 이들이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고엽제 매몰 사실 등을 증언하고 한국 국민에게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퇴역한 주한미군 하우스씨는 지난 5월 미국 애리조나주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978년 고엽제가 든 드럼통을 캠프 캐럴 내 헬기장에서 가까운 기지 뒤쪽에 묻었다”고 말했다. 하우스씨와 스튜어트씨는 모두 당시 고엽제에 노출돼 현재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다.

고엽제 대책회의에 따르면 하우스씨 일행은 26일 임진강 고엽제 방류 장소를 답사하고 기자회견을 가진 후 동두천 미군기지 앞 걷기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27일에는 한·미 공동조사단과 캠프 캐럴 현장을 방문, 고엽제 및 환경오염물질 매립 구역을 확인하고 매립 당시의 상황을 밝힐 계획이다. 하우스씨는 경북 칠곡군청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고엽제 매립 사실에 대해 사과키로 했다.

하우스씨와 스튜어트씨는 28일 캠프 페이지와 캠프 마켓을 각각 방문하고 오후에 각 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도 갖는다.

하우스씨 등에 대한 초청은 한 달 전쯤 이뤄졌지만 그동안 이들과 고엽제 대책회의 측의 연락이 수차례 두절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엽제 대책회의 관계자는 “미8군으로부터 이들의 캠프 캐럴 영내 방문을 아직 허가받지 못했다”며 “미군이 방문을 불허한다면 캠프 캐럴 주변 고지대에서 매립 지역을 지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