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화 손 내민 北… 경제난 참기 어려웠나
입력 2011-07-24 18:47
북한이 변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지난 2월 남북군사회담 북측대표단 명의의 공보와 지난 5월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거듭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상종을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북한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8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 남측과 상종했다.
지난달 초 베이징 남북비밀접촉을 대대적으로 폭로할 때만 해도 이명박 정부와는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 북한이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폐막한 제18차 ARF 기간 동안 공개적으로 남북 접촉에 응했다. 우리 측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제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1년7개월 만에 북·미 대화에도 나선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4일 “벼랑끝 전술로는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대화의 장에 나온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처럼 북한이 유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박한 내부사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고(故)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 강성대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해왔다. 하지만 강성대국 진입은커녕 계속되는 경제난 속에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 및 미국과 무작정 대결구도로 몰아가기에는 그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내년 강성대국 진입을 목표로 내건 북한은 지금 시간이 별로 없다”면서 “세습체제 구축을 위해 외부 도움이 절실한 입장에서 언제까지 강수를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진행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서는 체제 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북은 오랫동안 비핵화를 담보로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식량지원과 함께 체제를 보장받으려 애썼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이 대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지렛대로 남북대화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북관계는 어차피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 매듭짓기 힘든 난제가 산적해있는 만큼 남한에는 대화 제스처만 취하고, 이를 통해 조성된 한반도 유화국면을 토대로 실질적 거래는 미국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유일한 우방으로 꼽히는 중국이 남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재촉한 것도 북한 당국이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