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물가 충격 ‘유통·교통망’이 낮췄다

입력 2011-07-24 21:32

서울은 비싼 도시다. 집값도, 생필품 가격도, 학원비도 지방보다 훨씬 비싸다. 세계 도시 가운데 20위 안에 든다. 그러나 물가 충격에는 의외로 강했다. 전년 대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상반기 평균 상승률로도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덜 올랐다.

인천과 경기도 서울과 함께 물가 상승률이 눈에 띄게 낮다. 세 곳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사람도, 물건도, 각종 기반 시설도 집중되는 ‘수도권’이라는 점이다. 유통·교통 등 경제 기반이 되는 시스템의 발달이 물가 안정에 기여한 셈이다. 동시에 무상급식이나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정책 효과도 지역별 물가 상승 격차를 낳았다.

◇유통·교통 시스템이 ‘물가 충격’ 줄여=한파와 구제역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 1분기 전국의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나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의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14.5%였고, 인천은 13.8%에 불과했다. 전국 평균보다 2~3%나 낮은 수준이다.

이유는 발달된 유통망에 있다. 수도권은 농수산물 시장 등 대형 유통망이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물산이 풍부하다. 식료품 공급이 부족해도 상대적으로 공급 충격을 덜 받는 구조다.

수도권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지난 1분기 전국적으로 교통부문 물가가 1년 전보다 6.7% 오를 때 서울은 5.9%, 인천은 6.6% 올랐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갖춰진 수도권은 자가용 이용 비중이 적어 휘발유값 가중치(통계청이 물가 지수 계산 시 각 품목이 물가에 미치는 정도를 책정한 수치) 자체가 다른 지역보다 낮은 영향이다.

음식점 등 개인서비스부문의 가격 상승률도 수도권과 지방 간 차이를 낳았다.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산된 2분기 서울, 경기, 인천의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4~3.3% 수준이었다. 반면 전남, 대전, 부산, 경남 등의 개인서비스부문 물가는 상반기 3.7~4.6%로 전국 평균(3.1%)을 크게 웃돌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하고 골목길 상점부터 백화점 등까지 상권이 다양한 지역이 오히려 개인서비스 비용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인천과 경기의 경우 집세 상승률도 전국 평균에 비해 낮아 물가 부담을 덜어줬다. 상반기 아파트 신규 분양 등 주택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영향이다. 인천의 1분기와 2분기 집세 상승률은 2.6%, 3.2%에 그쳤다. 경기도는 2.4%, 3.8%다. 전국 상승률(2.8%, 3.8%)보다 낮은 수준이다.

◇‘무상급식의 힘’=광역시·도별로 물가상승률 차이가 생긴 데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정책 영향도 결정적이었다. 특히 무상급식 전면 시행 여부는 전체 물가상승률 수준을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곳이 충북. 1분기 2.1%였던 충북의 외식비 상승률은 2분기에 -1.0%로 뚝 떨어졌다. 충북의 전체 물가 상승률은 1분기 4.7%에서 2분기 4.1%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각종 재료비 상승으로 전국적으로 외식비가 늘어났던 시기에 되레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충북이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면서 외식비 물가에 포함되는 학교급식비가 1년 전보다 70% 이상 줄어든 덕분이다.

반면 2분기 전체 물가 상승률이 전국 평균치보다 크게 높았던 부산, 대전, 대구, 경북, 전남 등은 모두 무상급식을 저소득층에 국한하거나 초등학교 저학년에 부분 시행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이들 지역의 2분기 외식비 상승률은 5~7%로 전국 평균치(3.4%)를 크게 넘어섰다. 이는 고스란히 전체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통계청 양동희 물가동향과장은 “학교급식 가중치는 4.9로 배추(1.7)와 비교해 봐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면서 “무상급식은 외식비 부문 물가 상승률을 낮춰 올해 내내 지역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