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산·대전·울산 더 오른 이유는…

입력 2011-07-24 18:41


대전시청 구내식당은 요즘 북새통이다. 한 끼에 3000원으로 절반 값이면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서다. 공무원, 민원인은 물론 인근 직장인까지 몰리자 시청에서는 외부인의 배식을 낮 12시20분 이후로 늦췄다.

울산 현대중공업에 근무하고 있는 박낙용(33)씨는 최근 외식을 크게 줄였다. 박씨는 “지난달 외식비로 40만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이맘때 30만원을 지출한 것에 비하면 30%나 더 쓴 것”이라고 했다.

부산, 대전, 울산은 상반기에 눈에 띌 정도로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과 집값·전셋값, 외식비가 공통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여기에 지역별 특색이 곁들여져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부산, 주택·식료품이 ‘주범’=부산은 주택 매매·전세 가격이 물가를 주도하고 있다. 한때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건설사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공급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상반기 부산 물가 가운데 ‘주거 및 수도·광열비’ 항목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6%나 올랐다. 이 항목의 전국 평균은 4.25%, 서울지역은 3.87%이다.

통계청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의 2분기 월세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로 16개 광역시·도 중 가장 높았다. 1993년 4분기(5.3%)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다. 전세도 전년 동기 대비 5.5%나 상승했다.

또 부산은 농축수산물 가격 인상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형성된 탓이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 이상엽 센터장은 “부산은 대형 농산물 유통센터가 부족하고 유통구조가 취약해 산지가격 상승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정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대전, 석유류·외식비 가파른 상승=대전의 3∼4월 물가상승률은 각각 5.7%, 5.1%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신수용 경제조사팀장은 “석유류, 집세, 외식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월 이후 휘발유 및 등유 가격 상승률이 다른 광역시 평균을 웃돌면서 물가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대전은 금융위기 이후 주택공급이 대폭 축소되면서 전세물량이 줄었지만 세종시 관련 공무원의 유입 등에 따른 수요가 생겨나면서 전세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여기에 외식비 상승이 가파르다. 4∼5월 외식부문 물가상승률은 전국 평균의 2배를 웃돌았다.

그동안 대전은 많은 음식점들이 과당 경쟁을 하면서 가격인상에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전 지역의 음식업체는 모두 1만4477곳으로 대전 인구(150만명) 104명당 1곳 꼴이다. 6대 광역시(130명당 1곳), 수도권(147명당 1곳)보다 경쟁이 심하다.

하지만 최근 한파, 구제역 등 외부충격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제히 값을 올렸다. 경쟁이 심해지면 값이 내려가거나 동결돼야 하는데 거꾸로 간 것이다. 사실상 지역적 담합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울산 미스터리’=울산은 물가를 구성하는 세무항목 가운데 식료품 상승률이 압도적이다. 1월 식료품·비주류음료 상승률은 14.4%였다. 2월(13.7%), 3월(12.1%), 지난달(10.0%)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평균 상승률이 11.37%로 전국 평균(9.50%)을 훌쩍 앞질렀다.

그러나 울산시, 한국은행 울산본부, 통계청 지역사무소는 울산의 식료품·비주류 물가가 다른 지역보다 높을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막연하게 수도권보다 취약한 농축수산물 유통구조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선정수, 대전=정재학, 울산=조원일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