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펀드 판매 ‘계열사 밀어주기’
입력 2011-07-24 18:36
대형 금융기관들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수익률’보다는 ‘계열사 챙기기’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은행과 증권사를 포함해 펀드 판매 상위 10개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평균 56.3%에 달했다. 고객들에게 가입시킨 펀드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계열사 상품이라는 뜻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펀드 판매 중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상품은 75.6%에 달했다. 신한은행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상품 판매율이 72.4%였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 55.8%, 삼성증권 55.2%, 국민은행 50.0%, 하나은행 40.5%, 우리은행 40.1%, 하나대투증권 31.2%, 대우증권 20.1%, 우리투자증권 18.8% 등의 비율을 나타냈다.
10대 펀드 판매사 이외에도 미래에셋생명의 계열사 펀드 비중이 96.15%, 삼성생명이 53.48%로 높았다.
이처럼 판매사들이 계열사 펀드 판매에 주력하는 이유는 지주회사의 수익 증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계열사 펀드를 판매할 경우 실적과 판매 보수 및 수수료를 높게 쳐주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문제는 이 같은 판매 행태가 고객들의 합리적인 펀드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점 직원 입장에서는 투자자가 특정 펀드를 지정해서 요구하지 않는 이상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 판매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은행과 증권사 외에 독립적으로 전문적 투자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사가 많아져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또는 방카슈랑스의 예처럼 특정 자산운용펀드 비율을 일정 한도로 제한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업계는 “비율 제한은 오히려 투자자에게 좋은 상품을 권하지 못하게 막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는 입장이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