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오류’ 高3 교실 뒤엎었다… 수시모집 앞두고 학생· 교사들 대혼란
입력 2011-07-25 01:24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오류로 2만여명의 석차·등급이 바뀌면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 혼란에 빠졌다.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대입 수시모집을 앞두고 성적이 바뀌면 지원 가능한 대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사태로 전국 고교생 2만9007명의 석차가 변경됐으며 이 중 등급까지 바뀐 학생은 2416명에 달한다고 24일 밝혔다. 석차가 변경된 고3 학생 9890명 중 등급도 바뀐 학생은 659명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오는 28일 성적 재처리 결과를 학생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며 “학교별로 성적 재검토를 거치면 성적 변동 학생 수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서울 성균관대 입시설명회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3 아들을 둔 박윤영(48·여)씨는 “상위권 3~4개 대학을 목표로 수시 전형을 준비 중인데 혹시 몰라 다른 대학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최모(45·여)씨는 “예전부터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데 교과부가 그동안 안일하게 관리한 것 아니냐”고 불평을 터뜨렸다.
교포 자녀나 해외근무 상사원·주재원 자녀 등을 선발하는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전국적으로 국립 23개, 사립 114개 대학에서 4627명을 뽑는다. 이미 원서접수, 서류전형, 필답까지 끝낸 학교도 있다. 그중 서류전형 100%로 선발하는 대학 등은 오는 27일 마무리 예정인 전국 고교 성적 재처리 일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도 당황했다. 홍대부속여고 3학년 이하나(19)양은 “오늘 설명회를 들은 성균관대만 해도 학교생활우수자 전형 등 주요 수시전형에서 내신 성적을 70%나 반영한다”며 불안해했다. 수험생 조혜민(19)양도 “이미 받은 성적표를 토대로 지원 대학을 정하고 준비했는데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진다면 계획이 다 틀어진다”고 울상을 지었다.
진학 지도를 하는 교사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영훈고 지윤섭 교사는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은 최소 한 달 전부터 준비를 시작하는데 올해는 모집 직전까지 내신성적 확정이 안 돼 차질이 빚어졌다”면서 “한 과목이라도 등급이 내려가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이 매우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대일외국어고 이용재 교감은 “당장 다음 주에 수시모집이 시작돼 시간적 여유가 없는 데다 미세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최상위권 수험생은 걱정이 많다”며 “지원 서류 제출 마감일을 늦추도록 하는 등 교과부가 각 대학에 피해학생을 위한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단순한 프로그램 오류로 넘기지 말고 차세대 나이스 시스템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차세대 나이스는 정보의 종류와 양이 많아져 프로그램 오류로 인한 단순한 문제 외에 다른 문제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