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美 위기 불똥 우려… ‘외화 실탄’ 점검
입력 2011-07-24 18:35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외화유동성에 대한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다만 당국은 “예방적 차원”이라면서 국내 외화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금융기관 외환건전성 특별 점검 TF’의 첫 회의가 열렸다. 금융위 정책금융국 관계자가 팀장을 맡고, 금감원 외환감독국과 금융연구원 거시금융실 관계자, 은행들의 자금 담당 부행장들이 참여하는 형태다.
이날 회의에서는 현재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가능성, 미국의 고용불안 문제 등에 대한 브리핑과 각 은행의 외화자금 조달 운용 현황에 대한 점검이 있었다. 또한 “외환 부문의 ‘스트레스 테스트’(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모의실험)를 시나리오별로 면밀하게 하라” “남유럽 쪽 재정 상황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위기상황에서의 외화 조달에 문제가 없는지 미리 살펴보라” 등 당국의 지시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은행·기획재정부와 함께하는 ‘외환시장 안정 협의회’와는 별도로 미시적으로 각 은행들의 상황을 점검하자는 차원이었다”면서 “국내 상황이 튼실해도 대외적 충격에는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의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한동안 수시로 열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IMF 외환위기 당시 이후 이와 같은 TF 운영이 처음이라는 측면에서 “외환 상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를 비롯해 중요 국면마다 형태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와 비슷한 회의가 진행됐다”면서 “현재 은행들의 외환 상황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도 이 회의를 ‘예방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 참석자 중 A은행 임원은 “부동산 경기 폭락 등으로 국내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자칫하면 유럽 재정위기가 도미노처럼 번져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었다”면서 “경각심을 갖고 준비하라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현재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외화자산을 3개월 이내 외화부채로 나눈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100.3%로 지도기준인 85%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지난달 말 기준 3044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해외 상황을 심상찮게 보고 있다는 징후들도 보이고 있다. 22일 금융협의회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은행 총재들에게 “유럽 자금은 은행 입장에서는 외화자금의 3분의 1을 조금 넘기 때문에 유럽 문제가 국내에 간접적으로 대단히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영등포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안에 외환건전성 문제를 1번(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