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폭탄테러·총기난사 사고 92명 사망… ‘이민자 증오’의 참사

입력 2011-07-24 21:30

유럽 내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갈등이 끔찍한 참사로 현실화됐다. 지난 22일(현지시간) 92명을 숨지게 한 노르웨이 폭탄 테러 및 총기 난사 사건은 다문화주의와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증오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는 이번 범행이 노르웨이 사회에 혁명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고 그의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AF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1500쪽 분량의 성명서를 남겼는데 여기엔 다문화주의와 이슬람 이민자를 비난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하조 푼케 베를린자유대학 교수는 “이번 테러는 정신 나간 피해망상 환자의 범행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유럽 전역에 퍼진 극우주의 환경이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스웨덴에서는 6~12월 사이에 이민자를 겨냥한 총격이 12건 이상 발생했다.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통계에 따르면 네오나치에 의한 좌파 정당 공격이 올해 상반기에만 30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통틀어 44건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은 최근 잇달아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서는 다문화주의를 배척하는 극우정당이 점차 세를 넓혀가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않은 채 자기들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사는 이민자들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민자에 관대했던 유럽 사회가 경기침체를 거듭하면서 ‘이방인’에 적개심을 품게 된 것이다.

브레이비크는 이런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인물로 보인다. 그는 범행 며칠 전 개설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자신을 ‘보수적인 기독교인’ ‘반 이슬람주의자’ 등으로 묘사했다고 노르웨이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노르웨이 군대에서 복무했으며 전과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이비크는 20대 후반에 극우주의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기록에 따르면 그는 농장을 경영했으며 야채, 멜론 등을 재배했다. 비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 때문에 그가 비료 폭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노르웨이 TV2가 보도했다.

그는 트위터에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인용해 ‘믿음이 있는 한 사람은 이익에만 관심 있는 10만명의 힘과 맞먹는다’는 글을 올려놓기도 했다. 브레이비크는 온라인상으로 영국 극우단체인 영국수호동맹(EDL)과 유럽 내 반 이슬람단체 등과 대화를 나누는 등 교류해 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