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남북 ‘발리 접촉’ 이후] 북핵 대화 급반전… 한반도, 8월이 ‘분수령’
입력 2011-07-24 18:28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2일 남북 비핵화회담 이후 남북, 북·미 간 대화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물꼬를 튼 해빙무드는 다음 달 중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속도감 내는 대화 모드=남북회담 이틀 만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미국행이 가시화됐다. 오는 28일쯤으로 알려진 그의 방미를 한국 정부도 용인했다. 민간연구소 초청 형식이지만 김 부상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미 행정부 인사들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4일 “(김 부상 방미 때 진행될) 북·미 대화 결과를 보고, 추가 남북대화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의 방미는 지난해 봄 추진됐던 카드다. 2009년 12월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했고, 이어 김 부상이 미국에 가려다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중단됐다.
따라서 이번 방미는 북·미 대화의 시계를 천안함 이전으로 되돌린다는 의미가 있다.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회담에 이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 중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난 것도 양측 간에 조성된 대화 기류를 반영한다. 김 장관은 “비핵화 회담을 남북이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북측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분수령은 8월=이런 대화기류가 계속될지, 다시 좌초할지는 남북한과 주변국이 8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김 부상의 방미 결과는 다음달초 우리 정부를 비롯해 관련국들이 공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고, 미국이 식량지원 등 상응조치를 검토하게 되면 6자회담 재개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준비 작업이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새로운 대북 메지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 정부 대북라인 교체도 역시 다음 달 중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이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북한에게는 현 정부 대북 정책의 기조 변화로 읽힐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다시 공은 북한에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이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에서 성의 있는 조치를 보이고, 우리 측이 이를 수용할 경우 남북관계는 지난달 정상회담 논의 단계로 전격 복귀할 개연성도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