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 고치면 주부들 ‘속사정’ 풀린다… ‘밑 빠지는 병’ 골반장기탈출증

입력 2011-07-24 17:39


남들에게 말 못할 ‘속사정’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고민하는 여성들이 있다. 속칭 밑이 빠지는 병인 ‘골반장기탈출증’이 원인이다. 말 그대로 방광, 자궁, 직장 등 여성의 골반 안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장기가 질 밖으로 빠져 나오는 병이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의 의학적 정의는 아직 정확하게 확립돼 있지 않지만 주로 방광, 자궁, 직장이 질 입구 내부 3㎝ 지점보다 아래로 처진 상태이거나 외부에 삐져나와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밑 빠진 병’을 가진 사람이 19∼72세 사이 한국인 성인 여성 10명 중 3명꼴(31.7%)로 적지 않은데다, 창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 병원을 찾지 않고 참고 지낸다는 사실.

골반장기탈출증은 노화와 출산, 폐경 등 나이가 듦에 따라 골반을 지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골반근육이 약해지고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점차 골반 내 장기들이 질을 통해 밀려나오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상은 뭔가가 아래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과 압박감, 늘 하복부가 묵직한 느낌 등이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배상욱 교수는 “일반적으로 누워 있을 때 편해지고 아침보다는 오후에 심하며, 오랜 시간 서있거나 걷는 경우, 무거운 것을 갑자기 들 때 심해진다”고 말했다.

심한 경우 탈출된 골반 장기가 어른 주먹만한 크기로 질을 통해 빠져 나와 양쪽 다리 사이에 매달려 있게 되는데, 이 때는 걸을 때 뿐 아니라 앉을 때도 불편함을 느끼며 바지를 입기도 힘들어진다.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빈뇨 증상도 나타난다. 특히 자궁 앞쪽에 위치하는 방광이 탈출되는 방광류(전방구조탈출증)의 경우 요도가 꺾이게 돼 소변을 봐도 조금밖에 안 나오고, 방광을 다 비울 수가 없게 되므로 금세 다시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어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 반대로 후방구조탈출, 즉 직장이 탈출하는 직장류가 생기면 그 주머니에 변이 차서 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계속 뒤가 무거운 느낌을 갖게 된다.

치료는 크게 수술요법과 ‘페서리’라는 고리 또는 원반 모양의 기구를 질 속에 넣어 골반 내 장기를 떠받치는 비(非)수술 물리요법이 있다. 단 페서리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질 벽을 자극해 상처를 낼 수 있고 이 때문에 악취가 나는 분비물, 출혈, 감염 등의 부작용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페서리 삽입 시술을 받았을 때는 적어도 2∼3개월 간격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해 질 내 건강상태 및 부작용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수술은 질을 통해 질 벽을 좁혀주는 ‘질벽성형술’과 복강경을 이용, 문제가 되는 방광과 요도를 동시에 끌어올려주는 ‘복식 방광요도 견인술’이 있다. 소요 시간은 1시간30분 내외다.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빨래를 하거나 청소하기, 무거운 시장바구니 들기 등과 같이 복압을 상승시켜 골반근육을 약화시키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에는 주위의 도움을 받거나 간이 수레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 복부지방이 많을 때도 복압이 올라가게 되므로 뱃살을 줄이고, 표준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관동대 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는 “아울러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골반 근육 강화 운동(일명 케겔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