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영범] 복수노조와 비노조 경영
입력 2011-07-24 19:10
지난 1일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 후 14일간 208개의 노조가 설립 신청을 했으나 큰 혼란은 없어 복수노조 제도가 연착륙하는 듯하다. 그러나 비노조 경영을 추구하는 일부 기업에서는 노조 설립과 관련해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있는 등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노조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는 시대적 상황이나 특정 국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노조가 없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과거 산업화 초기에는 노조 결성을 이유로 많은 탄압이 있었으나 민주화된 선진국가의 경우 노동3권이 보호되기 때문에 노조 결성을 저지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1980년대 이후 경제의 글로벌화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조원 수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격화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효율성을 강조하고 필요한 경우 비노조 경영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강력한 노조가 결성돼 있으면 참여와 협력에 기반을 둔 포용전략 하에 고성과 작업장을 만들려는 노력을 했다. 또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 투자를 줄이고 노조가 없거나 약한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특히 노조를 포용하는 고성과 작업장의 성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판명되면서 노조 기피 전략을 택하는 기업 비중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노조조직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공통적이나 비노조 기업이 늘어나는 원인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노동운동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사용자들의 노조에 대한 적대적 성향이 강화되고 남부로의 공장 이전, 적극적 노조 대응 전략의 결과로 노조 세력이 더욱 약화됐다. 일본의 경우는 노조 결성에 대한 사용자의 적대적 태도나 저항을 조직률 하락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노조 유무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크지 않고 임금유연성이 상당히 높으며 비노조 기업에서도 발언형 종업원 조직이 활성화돼 있어 사용자들이 노조 결성에 저항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사용자들이 노조 결성에 대한 대응 방식이나 성향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비노조 경영의 제도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부당노동행위 금지 제도는 애초에 미국에서 출발한 것이나 일본은 노동기본권이 헌법에 기본권으로 규정돼 있는 반면, 미국은 헌법이 아닌 하위 법률에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도 헌법에 노동3권이 규정돼 있는 등 법제도적 환경이 일본과 유사하므로 기업 단위에서 비노조 경영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기업이 비노조 경영을 추구한다면 미국 기업들과 같이 노조 설립에 적대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일본 기업들처럼 발언형 종업원 조직을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 내 원활해진 노사 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만’을 해소함으로써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조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장 목소리를 경영층에 전달함으로써 조직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노조 경영을 추구한다면 노조의 긍정적 역할을 여러 대의기구를 통해 사용자가 대신함으로써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
비노조 경영을 추구하면서 고성과를 실현한 한국 미국 일본의 기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비노조 경영을 공격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도 직원들의 고충처리 및 욕구 파악 책임을 관리자에게 지우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해고를 포함한 인사 조치를 단행한다. 갈등적 노사관계 환경 속에서 노사 협력을 실현한 우리나라 기업들을 보면 사용자의 신뢰경영 의지 및 실천과 함께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 확보 노력이 노조 유무에 관계없이 노사 협력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영범(한성대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