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타클라마칸 사막

입력 2011-07-24 19:09

고은 (1933~ )

내가 타클라마칸 사막에 가는 것은

내가 열여섯 살의 꿈속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에 가는 것은

거기

허허 망망 때문이다

내가 일흔 다섯 살의 대낮에

명사도 동사도 다 두고

타클라마칸 사막에 가는 것은

거기 무지무지한

허허 망망의 울음 때문이다

내가 타클라마칸 사막에 가고 가는 것은

세상의 욕망에

내 욕망에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의 천년 해골

거기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타림 분지에 있는 사막. ‘타클라마칸’이란 위구르어(語)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100m 안팎의 크고 작은 사구가 이어지고, 바람에 밀려 사구는 이동한다. 나오지 못하는 죽음의 땅에 명사산(鳴砂山)이 운다.

세상의 욕망에 시달리고, 자신의 욕망도 주체하지 못하는 노시인은 뜨거운 타클라마칸으로 간다. 모든 언어(동사와 명사)를 버리고 천년이 허허 망망의 바람 속에서 우는 사막에 선다. 이 여름에 그런 곳으로 가고 싶다. 짐이 가벼운 사람이라야 멀리 가고, 비워야만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 단어 몇 개를 들고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東邪西毒)’처럼 베는 고은의 아포리즘이 돋보인다.

임순만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