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윤종빈] 한나라당의 어두운 미래

입력 2011-07-24 17:41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20일 ‘증세’와 ‘복지 확대’가 골자인 ‘뉴비전’을 제시하면서 정체성 논란은 더욱 심각해졌다. 갈림길에 선 한나라당의 미래를 밝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의 ‘변신’ 시도가 내년 총선과 대선의 ‘표’에 집착한 결과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선거이론에 중위투표이론이 있다. 이념 스펙트럼에서 유권자가 쏠린 중도 쪽으로 정당 노선이 움직인다는 주장이다. 유권자와 정당이 경제적 합리성에 따라 행동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한나라당의 ‘좌클릭’도 정당의 최대 목표인 권력쟁취를 위해 당연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행보는 두 가지 ‘절차의 오류’를 범해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당내에서 치열한 ‘가치 논쟁’이 생략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대표, 원내대표, 당 싱크탱크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분열됐다.

모든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또 다른 오류는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에 대한 당·정 간의 협의가 생략됐다는 점이다. ‘반값 등록금’ 논란과 같이 황우여 원내대표가 취임과 함께 ‘친서민 정책 1호’로 강조했지만 재정 확보에 대한 정부와의 협의가 생략되어 갈등을 유발했고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최근 미 의회는 연방 정부 부채상한액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의 민주당은 상한 증액을 주장하고 공화당은 이에 반대하며 균형재정을 주장한다. 이와 같이 미국의 양대 정당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좌우 이념을 넘나드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으로 변신하고 있지만 근본 가치는 고수하고 있다.

평소 필자는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이 없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은 한나라당이 생존하기 위한 친서민 브랜드로 적합하지 않다. 반값과 무상보다 대폭 인하와 선별적 무상이 한나라당에 어울리는 옷이다.

진정한 보수정당은 성장에 무게 중심을 두고 분배를 추구해야 하고, ‘기회의 평등’을 ‘결과의 평등’보다 중시해야 하며, 지출을 축소해 균형재정을 목표로 해야 한다. 보수정당은 기존 질서의 틀 내에서 변화를 추구하기에 그다지 매력적으로 치장할 수 없는 반면, 진보정당은 늘 이상적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에 포퓰리즘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반값과 무상 주장은 아무리 포장해서 부인해도 포퓰리즘이 맞다. 당장의 달콤함을 위해 ‘증세’라는 독배를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원샷’ 반값보다 20∼30% 인하, ‘원샷’ 무상보다 50∼60% 무상이 재원을 마련하기 쉽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치인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카드는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에 패배하면서 변화와 쇄신을 갈망하는 민의를 알아챘다. 그러나 연이은 지도부 총사퇴 이후 7·4 전당대회에 이르는 두 달여 동안 쇄신 논의는 변질됐다. 당헌당규를 둘러싸고 끊임없는 갈등이 있었고 당 대표가 계파 싸움을 우려해 총선 공천을 내년으로 미루려고 한다. 작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쇄신의 일환이었던 공천개혁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해묵은 계파 갈등은 당직인선 과정에서 지분 다툼으로 나타났다.

新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나라당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처절한 위기의식이 없다. 집권 후 ‘잃어버린 여당 4년’의 책임을 청와대와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이제야 대통령의 ‘불통’의 국정운영을 비판한다. 대통령과 아무리 멀어지려 해도 다수당이자 집권 여당임을 숨길 수 없다. ‘수직적’ 당·청관계의 책임은 침묵한 당에게 절반 이상이 있다.

한나라당이 살아남는 길은 모든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간단한 해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실천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