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사라져 가는 존재 대나무숲 검은 여백서 찾다… 사진작가 강영길 개인전
입력 2011-07-24 17:31
경기도 양주시 장흥 아트파크 아틀리에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 60여명의 작업실이 있는 국내 최대 스튜디오다. 깜찍한 캐릭터 작업을 하는 마리킴, 점을 찍어 동물 형상의 옷 그림을 그리는 윤종석 등 젊은 작가부터 임옥상 권순철 오수환 등 중견 작가까지 세대별로 포진해 있다. 대부분 작업실이 물감과 붓 등으로 가득하지만 강영길 사진작가의 작업 공간은 깔끔하다.
“사진작가는 현장에서 작업하잖아요. 실내 작업실은 작업에 대해 구상하거나 사색하는 곳이에요.” 대나무와 수영장 등을 소재로 삼고 있는 강 작가는 평소 카메라를 갖고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카메라 없는 사진작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작업에 대한 부담감 없이 대상을 관찰하다가 ‘이것이다’ 싶으면 마음 속으로 정리를 한 다음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대나무 작업은 유년시절 어머니와 함께 하염없이 댓숲을 걸으면서 ‘끝날 것 같지 않은, 빛도 존재하지 않는 깊은 밤의 기억’에서 비롯됐다. 감정이입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고독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았다.
프레임 속 대나무는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어두운 빈 공간이 점점 확대되는 최근작은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수영장의 푸른 물 속 붉은 색 넥타이를 맨 인물을 포착한 작품은 강렬한 시각적 대비와 함께 ‘생과 소멸의 관계’에 대해 생각게 한다. 그동안 땀흘리며 작업한 결과를 보여주는 그의 개인전이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존재’를 주제로 극사실 회화를 연상시키는 대나무와 수영장 시리즈 15점을 선보인다.
그는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 하인두(1989년 작고) 화백의 사위다. 장모 류민자, 부인 태임, 처남 태범씨가 모두 작가로 활동하는 쟁쟁한 미술가족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작업을 하는 강 작가의 행보가 주목된다(02-720-1020).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