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그림 큰 열정… ‘작은 것이 아름답다’ 展 8월 2일까지 갤러리 이즈

입력 2011-07-24 17:31


작품의 크기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작은 그림을 그리기가 더 힘들다. 큰 그림은 여백을 살리면서 큰 붓으로 비교적 여유있게 그릴 수 있지만 소품은 매우 꼼꼼한 손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들 대부분이 웬만해서는 소품 제작을 꺼려한다. 하지만 스케일이 큰 대작에 비해 오밀조밀한 소품이 완성도에서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

한국미술센터(관장 이일영)가 작은 그림을 통해 작가들의 특성과 조형성을 살펴보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대한민국 작은 그림 미술제’를 마련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다음 달 2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한국화, 서양화, 조각, 민화, 문인화, 한글서예 등 장르별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78명의 4∼6호(1호는 우편엽서 크기) 소품 두세 점씩 50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작품 크기와 가격별로 구성됐다. 100만원 미만에는 김동광 이동연 등이 출품했고 탤런트 강석우와 가수 출신 작가 정미조도 참가했다. 100만원대에는 김찬일 김충식 노숙자 모용수 박필현 반미령 이두식 이사라 임서령 정현숙 등 인기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200만원대에는 김일해 신철 오용길 이목을 최한동 황주리 등 유명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았다.

300만원대에는 김보희 김선두 송수련 송필용 이광춘 전준엽 정종미 황영성 등이, 400만원 이상에는 김태호 구자승 국경오 이이남 이인실 이재삼 이종목 이호철 한운성 황용진 등이 출품했다. 청년작가에서 중진, 원로 작가에 이르기까지 세대별로, 다양한 장르와 형태별로 한국미술의 실체와 아름다움을 한자리에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참여작가들은 비록 소품이지만 누구 하나 빠짐없이 열성을 다해 제작했다고 한다.

미술시장 침체로 기획전시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작가들에게는 신작 발표의 기회가 되고 관람객들에게는 인기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한 점 정도 구입해 집안에 걸어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미술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해서는 작아도 효율성이 있는 산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가 1973년에 출간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경제 비평서에서 따왔다.

이일영 관장은 “작은 그림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은 큰 그림보다 더욱 많은 열정이 소모되는 만큼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예술정신의 뜻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02-2003-8392).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