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 히트곡들의 향연 노래와 춤, 무대는 땀에 젖어…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연습 현장
입력 2011-07-24 17:44
지하실 특유의 습기와 땀 냄새가 섞인 공기가 들어서자마자 코를 후볐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9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예술극장 연습실에서는 정원영 이재원 강홍석 오소연 등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연습이라지만 공개된 현장. 조명도 없는 곳에서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일지라도 배우들은 실전처럼 공연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뮤지컬 음악으로 쓰인 DJ DOC의 히트곡들은 어느 정도 편곡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가사는 단 한곳도 바뀌지 않았다. 쉴 틈 없이 노래와 안무가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배우들은 잠깐씩 쉴 곳을 찾아 앉으며 동료들의 무대를 보고 웃거나 감탄하거나 했다. 1막 3장 ‘수사반장’을 부르던 강홍석은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굵은 땀을 연습실 바닥에 쏟아냈다. DJ DOC의 자유분방함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현란한 댄스는 관객의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했다.
‘스트릿 라이프’는 이야기보다는 춤과 노래의 매력에 더 중점을 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제작사인 CJ E&M 측은 “노래 가사에 끼워 맞춘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매끄럽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핫’한 연애와 세상을 향한 반항기, 삶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는 DJ DOC의 히트곡 목록은 제작진을 그리 힘들게 하지 않았을 것 같다. DJ DOC의 자전적 생애를 어느 정도 담았다는 점에서 ‘스트릿 라이프’는 포시즌스의 음악 생애를 다룬 ‘저지 보이스’를 닮았다.
주된 줄거리는 클럽에서 청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세 악동 재민(이재원), 수창(정원영), 정훈(강홍석)이 ‘스트릿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데뷔, 최고의 그룹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길들여지지 않은 거친 아이들이 자본의 세계에 ‘데뷔’하는 순간, 세상은 얼마간의 돈과 가능성을 담보로 이들에게 순수와 열정을 송두리째 헌납할 것을 요구한다. 이 작품의 뼈대가 콘서트를 연상할 만큼 빠른 속도로 불리는 히트곡들의 향연이라면, 진지한 성찰을 담은 이야기는 약간의 조미료와 같은 것이다. “콘서트와 뮤지컬의 장점을 모두 살리겠다”는 이 작품의 음악 슈퍼바이저 이하늘의 공언은 적어도 이날 연습실에서는 사실인 듯 보였다.
이날 배우들은 ‘런 투 유(Run to you)’ ‘미녀와 야수’ ‘스트릿 라이프’ ‘슈퍼맨의 비애’ ‘오늘 밤’ ‘비애’ 등 12곡을 불렀다. 다음달 3일 첫 공연을 앞둔 이들은 노래와 안무, 연기는 물론이고 비트박스와 랩, 비보잉 댄스까지 거의 모든 요소에서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성재준 감독은 “원곡의 맛을 살리면서 작품에 녹아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며 “여름에 개막하는 여느 뮤지컬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